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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청은 3222억짜리 ‘호화 찜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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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에 있는 성남시청사. 2009년 11월 3222억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했다. [중앙포토]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의 성남시청사 9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숨이 막힐 정도의 뜨거운 공기가 밀려왔다. 한때 책을 읽는 시민들로 북적대던 ‘하늘북카페’ 이용자도 날씨가 더워지면서 눈에 띄게 줄었다. 9층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오후 5시쯤 되면 실내온도가 30도를 넘을 정도로 덥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성남시는 정부의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대책 때문에 28도 이하에는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다가 이재명 시장이 취임한 뒤 공무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냉방기 가동 기준 온도를 1도 낮추기도 했다.

 성남시는 2009년 11월 3222억원을 들여 새 청사를 완공했다. 호화청사 논란이 제기됐지만 성남시는 태양열과 지열, 빗물을 활용하는 친환경 시설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첨단 내부 공기순환 시스템으로 냉난방기 가동을 줄여도 계절에 상관없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건물 전체를 둘러싼 유리외벽은 단열 효과가 떨어져 겨울엔 춥고 여름엔 온실효과로 실내 온도가 높아졌다. 2005년 1600억원을 들여 지은 용인시도 외벽의 80%가 유리로 만들어져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성남시청 북카페를 방문한 박상미(36·분당구 야탑동)씨는 “수천억원을 들여 지은 새 건물의 냉난방 시스템이 이렇게 형편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라며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새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성남시청과 용인시청은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05년 이후 지자체의 신축청사 에너지효율 등급 조사에서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용인시청은 2009년 전국 지자체 청사 에너지효율 분석에서도 꼴찌를 했다.

 행안부는 성남·용인시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두 지자체는 냉방기 가동 횟수를 줄이고 실내등을 켜지 않는 것 외엔 뾰족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해 유리외벽에 열차단 필름을 입히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해마다 필름을 새로 입혀야 하는 문제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대신 남쪽 유리외벽 760㎡를 패널로 가리고 3~4층 사이 방화용 유리창에 환기구를 설치해 공기가 순환하도록 할 계획이다. 용인시도 유리외벽 800㎡를 패널로 가리고 로비에 빛을 가리기 위한 천장을 만들기로 했다. 공사비는 각각 19억원과 20억원이 든다. 성남시 관계자는 “공기순환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설계나 시공상 문제라면 설계·시공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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