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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하고 잘라내고 전이여부 판단 … 내시경은 ‘요술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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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후 복통을 호소하다 혈변을 본 김철수(가명·67)씨. 오후 3시가 넘었지만 다급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대장 용종이 의심된다며 수면내시경 검사를 권했다. 그는 밤 9시와 새벽 2시 두 번에 걸쳐 숙변 제거용 약물 4L를 마셨다. 김씨는 다음 날 아침 부인과 함께 다시 병원을 찾은 그는 수면내시경을 통해 17개나 되는 용종을 제거했다. 모든 과정이 24시간 안에 일어났다. 이렇게 빠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것은 전문 의료진에 의해 문진·혈액검사·초음파 내시경 시술 같은 검사와 시술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교수진으로부터 현대의학의 꽃으로 불리는 ‘내시경 시술’에 대해 들었다.

기술의 발달로 진단 목적으로만 이용하던 내시경이 외과 영역인 수술까지 대신하고 있다. [고대안산병원 제공]

초기 대장암은 내시경으로 완전히 제거 가능

과거에는 소화기 암이 생기면 반드시 절개수술을 했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진단 목적으로만 이용하던 내시경이 외과의 영역인 수술까지 대신하기 때문이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이 대표적이다. 절개하지 않고 내시경 시술만으로 암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다른 부위로 전이가 안 된 조기 대장암은 내시경으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초음파내시경’을 활용하면 암의 전이 여부도 살필 수 있다. 초음파내시경은 카데터 끝에 초음파를 발생하는 진동자가 달려 있어 대장과 주변 장기까지 볼 수 있다. 초음파 내시경검사 결과, 림프절까지 암이 전이된 것을 알아내면 개복수술을 받아야 한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과 초음파내시경을 병용해서 사용하면 만성질환자와 노인 같이 수술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소화기내시경센터 구자설 교수는 “시술 시간이 30분에서 3시간 사이로 짧고 전신마취가 필요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절개를 하지 않아 흉터도 없다.

 담도가 막혀서 건강 상태가 악화된 환자에겐 ‘췌담도 내시경’ 시술을 한다. 췌담도는 십이지장과 간을 연결하는 통로. 이 관에 가느다란 줄을 넣어 담관과 췌관을 관찰한다. 또 진단과 동시에 담석을 제거하거나 염증을 치료할 수 있다.

폭 좁은 소장도 ‘풍선요법’으로 치료

소장은 길이가 약 6m로 대장의 4배나 되지만 폭은 절반에 불과하다. 진단과 치료가 그만큼 어렵다. 과거에는 의료진이 명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해 절개수술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중풍선 소장내시경’이 등장하면서 이런 불편이 사라졌다. 이중풍선 소장내시경 시술 효과는 기존 진단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고려대안산병원 최재현 원장(소화기내과)은 “기존의 소장 조영술과 복부 영상촬영 검사는 진단의 정확도가 15~20%에 그쳤다. 하지만 이중풍선 소장내시경은 80~90%로 매우 좋다”고 말했다. 끝에 달린 2개의 풍선이 교대로 부풀어 좁은 소장 안에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진단과 동시에 지혈이나 용종 제거도 가능하다.

 캡슐내시경도 자주 쓰인다. 환자가 소형비디오가 장착된 캡슐을 삼키면 몸 안에서 소화관이 촬영된다. 장의 연동운동을 따라 캡슐은 자연스럽게 소화관을 통과한다. 평균 8시간 동안 5만여 장의 사진이 촬영된다.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 캡슐내시경은 지금까지 소장을 관찰하기 위해 사용했다. 앞으로는 편리성 때문에 일반내시경을 받기 힘든 어린이나 고령자의 위장관 진단에 활용될 전망이다.

권병준 기자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는

① 검사 전날 9시부터는 금식. 보리차나 끓인 물도 안 된다. 생수는 가능
② 검사 당일은 약 복용 금지. 단, 혈압 약은 예외
③ 아스피린·출혈 가능성 있는 약 복용은 검사 1주일 전부터 금지
④ 검사 후 30분~1시간 후 식사 가능. 단, 자극적인 음식은 피할 것
⑤ 수면 내시경은 검사 당일 운전 금지
⑥ 수면 내시경은 꼭 보호자의 동행이 필요
⑦ 검사 후 커피·담배·알코올은 하루 동안 피할 것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는=위·대장·췌담도 내시경과 함께 이중풍선 소장내시경·캡슐 내시경 등 최첨단 장비를 완비했다. 원스톱 서비스와 함께 구강에서 항문까지 모든 소화관의 영상진단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암 치료의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내시경치료 뿐 아니라 외과와의 협진 시스템도 구축했다. ‘간암에 대한 복강경 간 절제술’은 협진의 백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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