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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커피 좋아하고, 매일 밤 새우고 … 성대는 괴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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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변했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것이 성대질환이다. 감기나 급성후두염(성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처럼 좀 쉬면 낫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대마비처럼 처음부터 적극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하는 질환도 많다. 후두암·갑상선암 등 각종 암의 신호탄일 수 있다. 변한 목소리가 2주 이상 회복하지 않으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목소리를 망치는 다양한 질환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급성후두염은 약으로 치료 가능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오른쪽)이 만성 목 통증 환자에게 후두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신승철]

흔히 야근을 한 뒤, 또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목소리가 칼칼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진성민 교수는 “몸이 피곤하면 면역시스템이 작용해 염증 물질을 만들어낸다. 목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말해도 성대 점막이 자극돼 염증 물질을 만든다”며 “성대 점막 단면이 매끈해야 이들이 진동할 때 맑은소리를 내는데, 염증으로 부어 오르면 성대 점막이 매끈하게 들러붙지 않아 새는 소리, 또는 둔탁한 소리를 낸다. 급성후두염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약해진 목 점막이 부풀어 올라 쉰 목소리가 난다. 카페인을 많이 섭취해도 둔탁한 소리가 난다.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은 “카페인은 성대의 수분을 뺏어가 접촉 면적을 거칠게 해 둔탁한 소리를 나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목을 사용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일단 1~2주가량 목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성대 점막을 촉촉하게 해 주는 수분 섭취에 유의한다.

성대질환의 원인이 위산 때문인 경우도 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산이 다량 분비돼 식도를 타고 목까지 올라온다. 위산이 성대 점막을 자극해 목을 따갑게 하고 쉰 목소리를 유발한다. 이때는 위산역류방지제 등을 복용하면 목이 한결 편해진다.

성대근육 파였을 때 채워넣는 방법도

보톡스 등 주사로 치료 가능한 질환도 있다. 목소리가 떨리는 연축성발성장애가 대표적이다. 뇌에서 성대 근육으로 가는 신호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목소리가 떨린다. 내시경이나 현미경으로 성대근육이 떨리는 부분을 보며 보톡스를 주입한다. 김형태 원장은 “보톡스는 떨리는 성대 근육신경에 달라붙어 뇌에서 오는 전기신호를 차단해 근육 떨림을 막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떨리는 근육 신경이 다른 통로를 찾아 가지치기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보톡스를 주입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성대 근육이 파이거나 굳었을 때, 또는 퇴화된 경우는 해당 부위를 채워 넣는 시술도 할 수 있다. 피부로 따지면 ‘팔자주름’을 레스틸렌 같은 주사액으로 채워 넣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성대가 노화돼 근육이 거의 없어진 ‘노인성 후두’, 유전적 요인이나 방사선 치료 후 생기는 ‘성대 구증(성대에 홈이 파인 것)’, 성대를 조절하는 뇌의 기능 이상으로 생긴 ‘성대마비’ 등이 대상이다. 미세 현미경으로 성대를 보며 파이거나 근육이 부족한 부분에 여러 가지 성분의 주사액(보형물)을 넣어 원래의 볼륨을 만든다. 주사 치료법은 시술 시간이 15~30분 정도로 짧고 전신마취가 필요 없다. 시술 후 바로 음식물을 섭취하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결절 생기면 레이저로 제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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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목소리 위해 당신이 피해야 할 것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성대결절·성대폴립이 대표적이다. 성대결절은 목소리를 무리하게 사용했을 때 생긴다. 노래방에서 오랜 시간 동안 노래를 불렀다거나 하루 종일 야구장에서 소리를 질렀을 때 생길 수 있다. 김 원장은 “목소리를 낼 때 1초에 150~200회 정도 성대 점막이 접촉되는데, 쉬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크게 지르면 굳은살이 생긴다. 목소리를 사용하면 할수록 굳은살 부위가 점점 두꺼워져 진동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대 결절은 약물로도 치료할 수 있지만 굳은살 부위가 커졌을 땐 수술로 떼어내야 한다. 미세현미경을 보며 칼로 떼어내는 수술, 또는 특수 레이저로 잘라내는 수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레이저는 주변 조직의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대폴립은 성대에 작은 혹이 생기는 것이다. 진 교수는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르거나 높은 음을 과도하게 내면 성대 점막 혈관들이 터진다. 이 때 피멍이 들면서 혈관들이 뭉쳐 혹 같은 것을 만든다”고 말했다. 성대 폴립이 생기면 바람 새듯 허스키한 목소리가 난다. 이때도 미세현미경수술이나 레이저수술 등으로 폴립을 떼내야 한다. 담배가 주요 원인인 후두암 역시 칼로 부위를 도려낸다.

저음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일명 ‘아담스 애플’이라고 불리는 곳에 있는 갑상연골 일부를 잘라내 성대를 느슨하게 하는 수술을 한다. 고음을 내려면 성대의 길이를 단축하는 수술로 조절이 가능하다.

글=배지영 기자
사진=프리랜서 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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