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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보다 짧은 승강장…진영역, 나무로 ‘땜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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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KTX열차가 정차한 김해 진영역 승강장에는 ‘위험 특고압’ 팻말이 붙은 고압전선 지주가 보인다. [송봉근 기자]


10일 오전 11시 20분 김해시 진영읍 설창리 진영역.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속으로 서울에서 출발한 KTX가 다가왔다. 객차 문이 열리자 10여 명의 승객이 여행용 가방 등 짐을 들고 내렸다.

 승객들은 승강장 한가운데 서 있는 송전 지주를 보고는 놀라는 모습이었다. 송전 지주를 둘러싼 안전펜스에 적힌 ‘위험 특고압’이란 팻말 때문이다. 신모(36)씨는 “사람이 다니는 승강장 위에 고압전선이 있어 좀 놀랐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승강장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없었기 때문이다. 열차 여행을 하고 있다는 김모(32·여)씨는 “승강장 바닥이 나무라 이색적이라 느꼈는데 지붕이 없네요. 저처럼 짐이 많은 사람은 비 오는 날 불편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차하는 열차보다 승강장이 짧아 임시로 ‘나무 승강장’을 잇댄 진영역의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15일 경전선 고속철도(KTX) 개통과 함께 문을 연 진영역 승강장은 ‘KTX산천’에 맞춰 길이 300m로 만들어졌다. 개통 초기에는 진영~서울까지 KTX산천이 왕복기준 평일 5회, 주말(금·토·일) 7회 운행하면서 승객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승객이 급증하면서 열차를 5개월여 만인 지난 5월부터 기존 10량짜리 KTX산천 대신 20량짜리 KTX1를 하루 2회 투입해야 했다.

 KTX1 열차는 길이가 388m인데 승강장은 300m로 88m나 짧아졌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기존 승강장 양쪽에 60m씩, 상·하행선 각각 120m씩 나무로 된 임시승강장을 만든 이유다. 김요순 진영역 과장은 “개통 초기 하루 800여 명이던 진영역의 주말 이용객이 1000여 명으로 늘어 임시승강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열차를 바꾸면서 승객은 더 많이 태울 수 있지만 임시 승강장에는 5.4m 높이로 2만 5000볼트가 흐르는 고압전선이 노출됐다. 고압전선을 떠받치는 송전 지주 8개도 버티고 서 있다. 김필종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차장은 “송전선이 있어 위험해 보이지만 송전 지주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이 진영역 승객에 대한 수요 예측을 잘못해 빚어진 일이다. 승객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은 최근까지 3차례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 결과 이르면 오는 9월부터 15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고압전선이 보이지 않도록 승강장을 증축, 승강장을 총 420m로 만들기로 했다. 장오규 시설공단 건설본부 과장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연말이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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