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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총장은 이코노미석, 한국 대학 총장은 비즈니스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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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신의 기본 연봉은 41만6000달러(4억5760여만원)입니다. 내년 10월 당신의 연봉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성과 평가 절차에 따릅니다. 차량 유지비는 한 달에 743달러(81만여원)이며, 이 돈으로 대학 소유 차를 리스(임대)할 수 있습니다. ”

 진 블록 LA 캘리포니아대(UCLA) 총장이 취임 당시(2006년) 서명한 서류엔 이런 내용이 세세하게 실려 있다. 블록 총장은 이 서류에 근거해 움직인다. 그는 비행기를 탈 때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돼 있다. 학교 돈으로 출장을 갈 때 비즈니스석이나 1등석을 이용하고 싶으면 총장 개인이 차액을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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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학 총장들은 이처럼 먼저 항목별로 정해진 범위 안에서 돈을 쓸 수 있다. 주정부들이 재정 악화로 대학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면서 이처럼 총장들의 내핍은 일상화돼 있다. 뉴욕주립대(SUNY)도 재정 악화가 우려되자 2008년 총장들의 업무 추진비부터 줄였다.

 데보라 그릭 뉴욕주의회 고등교육위원회 의장은 “주정부 등의 재정 삭감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가중되자 총장 연봉을 동결하기도 하고, 연봉이 적절한 수준인지 따져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내 대학 총장들은 아직까지 여유가 있는 편이다. 대학 총장들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항공사 관계자는 “대학 총장들은 비즈니스석이나 1등석에 앉는다”고 말했다. 1등석 가격은 일반석의 4~5배가량에 달한다.

 국내 대학들은 총장들이 쓰는 판공비나 업무 추진비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07년 일부가 공개된 41개 국립대 판공비는 총 17억7000여만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83%는 외부 인사를 만나 회의를 하거나 식사를 하는 데 쓴 비용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누구를 무슨 일로 만나 얼마를 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먼저 지출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지출 한도 규정이 없고, 어떻게 쓸지 지출 계획도 정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사립대는 보직교수 회의를 골프 리조트에서 열고 수천만원이 드는 골프 행사를 단체로 열기도 했다.

 독고윤 아주대 경영대 교수는 “미국에선 주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주립대는 어느 교수가 연봉을 얼마 받는지 모든 것이 공개돼 있는 데 비해 국내 대학은 그렇지 않다”며 “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가지고 펑펑 쓴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학들이 공개하도록 돼 있는 결산 보고서 내용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결산 보고서에 반드시 첨부하도록 돼 있는 각종 명세서가 빠져 있어 정확한 재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특별취재팀=강홍준(팀장)·김성탁·박수련·윤석만·강신후·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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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의 대학 등록금 내릴 수 있습니다. 대학의 자구 노력이 우선돼야 합니다. 정부 재정지원은 그 다음입니다. 그래야 국민 세금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등록금 인하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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