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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54억 ‘케냐 미 대사관 테러범’사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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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대사관 폭탄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의 지도자가 소말리아 보안군에 의해 사살됐다. 소말리아 과도정부 소속 보안군은 7일 2명의 알카에다 조직원을 사살했고 이 중 1명이 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대사관 테러를 지휘한 파줄 압둘라 모하메드(Fazul Abdullah Mohammed·38·사진)임을 확인했다고 케냐 일간지 데일리네이션 등 현지 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줄은 동아프리카의 알카에다 조직 ‘알샤바브’의 지도자로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를 ‘가장 위험한 인물’로 여기고 500만 달러(약 54억20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지명수배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파줄은 동료 1명과 함께 무기와 작전용 지도 등을 실은 트럭을 몰고 가다 모가디슈 지역 인근에서 소말리아 과도정부군에게 적발됐다. 파줄 일행은 정지명령을 거부하고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살됐다. 압디카림 유수프 다가바단 소말리아 육군 사령관은 “사진 대조와 DNA검사를 통해 사망자 중 1명이 파줄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파줄의 사살 소식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것이 미국대사관 직원을 포함해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인 자의 결말”이라며 “그의 사망은 동아프리카의 알카에다 추종세력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브래넌 미 백악관 대테러 담당 보좌관은 “그의 테러행위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많은 이들에게 정의를 되찾아주었다”고 평가했다. 파줄이 이끌던 알샤바브의 또 다른 지도자는 파줄의 죽음을 인정하며 “그의 영혼은 이제 알라의 축복 안에 있다. 그를 따르는 수천 명의 전사가 알라의 적들과 싸우는 한 그는 죽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줄은 아프리카의 섬나라 코모로에서 태어난 케냐인으로 1998년 8월 7일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 대사관 폭탄테러를 지휘했다. 이 테러로 220명 이상이 죽고 4000여 명이 부상했다. 2002년에는 케냐 몸바사의 한 호텔에서 테러를 일으켜 13명을 사망하게 했다. 2007년 미군의 공습으로 사살됐다고 알려지기도 했으나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파줄은 18개의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 당시에도 케냐가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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