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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10년 이상 법조인, 판사로 선발한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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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법조일원화 전면 시행을 2022년으로 늦추기로 하면서 법원 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경험이 풍부하고 경륜 있는 법조인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겠다는 기본 원칙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또 법조일원화 전면 시행 후 도입하기로 했던 로클러크(법률연구관) 제도를 내년에 앞당겨 도입하기로 한 데 대해 “로클러크 출신을 판사로 임용함으로써 법관 사회의 순혈주의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사개특위 법원관계법 심사소위는 지난 10일 전체회의에서 “2022년부터 판사를 경력 10년 이상인 법조인 중에서 임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보고했다.


소위는 이 같은 전면 시행에 앞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경력 3년 이상 법조인 중에서 ▶2018~2019년은 경력 5년 이상 법조인 중에서 신규 판사를 선발한 뒤 ▶2020~2021년엔 경력 7년 이상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7년 전면 시행’ 방침을 밝힌 지 3개월 만에 시기가 5년 뒤로 미뤄진 것이다.

 법조일원화 연기는 그간 국회에서 진행돼온 사법개혁 논의와 완전히 맥락을 달리하는 것이다. 사법개혁이 촉발된 계기는 지난해 1월 ‘편향 판결’ 논란이었다. 당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폭력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는 등 상식과 어긋나는 판결이 잇따르자 “경륜 있는 판사가 재판을 맡음으로써 국민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구성된 국회 사개특위는 법조일원화를 조기에 시행하기로 하고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사개특위 6인 소위가 “대법관을 20명으로 증원하고 법조일원화를 2017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법원이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 법원장들은 간담회를 열고 “6인 소위안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며 2013년부터 3년 이상 법조 경력자를 판사로 임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결국 법원 반대에 밀려 ‘단계적 시행’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사개특위 측은 “법관 임용 수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방희선 동국대 법대 교수는 “서열·기수 문화를 이어가는 재래식 인사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려는 법원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국회가 대법관 증원이나 대검 중수부 폐지 같은 정치적 이슈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작 법조일원화에 대해선 하나마나한 개혁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최선욱 기자

◆법조 일원화=사법연수원 수료자나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시험 합격자 등을 즉시 법관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검사·변호사·법학 교수 등 법조 경력자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

‘법조일원화’ 논의, 어떻게 진행됐나

▶ 2010년 3월 : 대법원, 2023년부터 10년 이상 법조 경력자 판사 선발 방안 발표

▶ 2011년 3월 10일 : 국회 사개특위 6인 소위 합의. “2017년부터 법조일원화 전면 시행하고 로클러크 제도 도입”

▶ 6월 10일 : 법원 소위, 사개특위 전체회의서 최종 합의안 보고. “2022년부터 법조일원화 전면 시행. 로클러크 제도는 내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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