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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두려움 없이 무엇이든 할 자유를 줘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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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호 16면

MIT 미디어랩을 이끄는 선장은 올해 44세의 대학 중퇴자, 일본인 이토 조이치(伊藤穰一·사진)다. 그는 지난 4월 프랭크 모스(62·항공우주학) 박사의 후임으로 제4대 미디어랩 소장에 임명됐다. 미디어랩은 당시 “영향력 있는 사상가이자 인터넷의 국제적 발전을 이끈 투자자인 이토 조이치가 신임 소장으로 부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디어랩이 조이를 사령탑으로 앉힌 이유는 명백하다. 인종과 학력을 따지지 않고, 가장 적합한 인물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또한 1985년 설립 이후 26년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MIT 미디어랩의 힘이다.

MIT 미디어랩 이끄는 일본인 이토 조이치

그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융합인’이다. 일본 도쿄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두루 지내온 인터넷 1세대다. 국제인터넷 주소 관리기구인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 이사를 지냈고, 플리커나 트위트 등에 투자한 벤처 캐피털리스트이기도 하다. 초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움직임을 주도했고, 현재도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 등을 개발한 모질라재단의 이사회 임원이다. 디지털 정보 공유기반을 추구하는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기자는 지난달 16일 MIT를 찾았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외국 출장 중이었다. 그는 일본인도 미국인도 아닌 세계인이었다. 한 달에 한두 차례는 미국 밖으로 나간다. 이 때문에 1년 내내 시차적응에 시달린다고 했다. 두 차례 e-메일을 통해 그를 만났다.

-미디어랩 소장에 임명됐을 때의 기분이 어땠나. 대학중퇴자, 일본인이 MIT미디어랩의 수장이 됐다는 사실을 미국 주류 언론들도 화제로 다뤘는데.
“미디어랩은 아주 특별한 곳이다. 다양성과 실천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흥미에 기반한 연구를 한다. 나는 스스로 진정한 행동가·실천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곳의 흥미에 기반한 연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으며,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정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 그는 평소 그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꼭 닮은 이모티콘을 보탰다. 취임 당시 그의 임명은 미국 언론에도 화제가 됐다. 뉴욕 타임스는 “수세기 동안 대학과 학위는 같은 의미처럼 불려왔는데, MIT가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한국에도 융합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쉽지 않다. 학문 간 벽도 높고, 대학 사회의 파벌·위계질서, 기존 제도가 학문 융합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조언을 해준다면.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기존 전통적인 조직에서조차 전통적인 자리를 찾는 것은 어렵게 되고 있다. 수많은 위대한 업적이 융합과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이뤄졌다. 정말 흥미롭고도 중요한 성과를 낳으려면 융합적 사고와 실천을 해야 한다. 이미 정해진 것을 찾아가기보다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내야 한다. 남이 보기에 좋은 것에 맞추려 하기보다 자신을 보다 가치 있고 독창적이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융합의 비결이 뭔가.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먼저 분야별로 전공지식이 뛰어난 사람들로 된 소규모 그룹이 있어야 한다. 또 이들이 앉아서 노닥거리기보다 뭔가 실질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확신감과 의무감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계획을 짜느라 힘을 빼지 말고 뭐라도 만지작거리고, 반복해 보는 게 중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실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을 두 번이나 중퇴했다고 들었다.
“내 주변엔 대학 중퇴생이 많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도 그런 사람들이다. 기존 대학들이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나 같은 중퇴생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미디어랩은 바로 나처럼 대안이 없었다면 중퇴를 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바로 그런 곳이며, 앞으로 더욱더 그렇게 되어갈 것이다.”

-무엇이 당신 삶을 그토록 역동적이고 성공적이게 만들었나.
“운도 따라 주었지만 부모님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의 모친은 내가 대학을 중퇴할 때도 반대하지 않고, 내가 가진 열정을 따를 수 있도록 격려해주셨다.”
그는 31세이던 1997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사이버 엘리트’에 이름을 올렸고, 2001년에는 세계경제포럼의 ‘차세대 리더 100인’에 선정됐다. 2008년에는 비즈니크위크 선정 ‘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에 뽑히기도 했다.

-당신의 기업가 정신, 창의성의 힘은 어디서 나왔나.
“나는 항상 알고 싶어했고, 안락함에 안주하기보다 도전하기 위해 애썼다. 안락하고 반복적인 삶이 지속될 때 창의성과 열정, 배우고자 하는 욕망을 잃어버리게 된다. 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도 그들의 직함이나 경력이 아니라 그들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를 판단한다.”

-평소 신념이 있다면.
“‘권위에 도전하고 스스로 생각하라(Question authority and think for yourself)’라고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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