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 몰렸던 보스턴…동료 쓰러진 뒤 2연승

중앙일보

입력 2011.06.10 00:23

업데이트 2011.06.1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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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보스턴 브루인스는 9일(한국시간) 미국의 보스턴 TD가든에서 열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컵 결승(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밴쿠버 캐넉스를 4-0으로 물리쳤다. 경기 후 환호성을 지르며 라커룸에 들어가던 보스턴 선수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팀 동료인 네이선 호튼이 서 있었다.

 보스턴의 에이스인 호튼은 앞서 열린 3차전에서 밴쿠버의 수비수 에론 롬에게 머리를 가격당했다. 얼음 위에서 정신을 잃은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가벼운 뇌출혈 판정을 받고 재활 중이다. 반칙을 한 에론 롬은 NHL 사무국으로부터 4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호튼 역시 회복을 위해 남은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쓰러진 지 이틀 만에 호튼이 라커를 깜짝 방문한 것은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보스턴은 몇 달 전부터 홈경기에서 승리할 때마다 선수들끼리 최우수 선수를 뽑아 상을 준다. 팀의 선수인 앤드루 페런스가 이베이를 통해 35달러(약 3만8000원)에 구입한 낡은 80년대 브루인스 재킷이다. 홈경기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의 사물함에 이 옷을 걸어준다. 마스터스 골프대회의 그린재킷과 같은 의미다. 페런스는 “처음에는 그냥 장난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호튼은 콘퍼런스 결승 7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이 재킷을 받았다. 스탠리컵 1, 2차전이 원정경기였고 3차전 초반 그가 쓰러지면서 이 재킷은 그대로 그의 사물함에 걸려 있었다. 이날 호튼은 팀 동료인 리치 페벌리에게 재킷을 건네주었다. 페벌리는 이날 2골을 기록, 팀 승리를 이끌었다. 페벌리는 “그의 얼굴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다”며 “그가 건강하다는 것이 우리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보스턴 선수들은 호튼이 쓰러진 후 독기가 단단히 올랐다. 2연패 뒤에 8-1로 3차전을 승리한 데 이어 이날도 무서운 공격력으로 초반부터 밴쿠버를 압박했다. 1피리어드에는 페벌리의 선취점으로 팽팽한 균형을 깼다. 2피리어드에서는 마이클 라이더와 브래드 마찬드의 연속 골로 3-0으로 달아났다. 마지막 3피리어드 4분에는 밀란 루치치가 밀어준 퍽이 페벌리의 몸에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행운으로 네 번째 득점을 올렸다.

수비수인 데니스 자이덴버그는 “경기 후 호튼이 우리를 보고 웃으며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들 감동했다”며 “우리는 그를 위해 승리하자고 다짐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2승2패로 균형을 맞춘 양팀은 11일 밴쿠버에서 5차전을 치른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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