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국민 상대로 KTX 안전성 실험 하나

중앙일보

입력 2011.06.0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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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선로전환기는 열차의 진로를 바꿔주는 매우 중요한 장치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탈선·전복 등 끔찍한 사고로 이어진다. 올 2월 11일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광명역 KTX 탈선 사고도 선로전환기의 볼트 하나를 조이지 않아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개통한 KTX 2단계 동대구~신경주~부산(128.6㎞) 구간에 설치된 선로전환기는 모두 46대다. 지난 7개월간 46대 모두 한 번 이상 고장을 일으켰으며, 전체 고장 횟수는 406번이라고 한다. 급기야 코레일은 지난 2일부터 고장이 잦았던 신경주역과 울산역에 설치된 선로전환기 8대의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본선 대신 부(副)본선만 사용토록 함으로써 지연운행이 잇따르고 있다. 고속으로 달리던 통과열차들이 두 역에서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또 다른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코레일은 2단계 공사를 맡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합동조사반을 꾸려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2단계 구간의 선로전환기가 지금껏 시속 250㎞ 이하 철도에서만 설치됐다는 것이 중앙일보 보도다. 300㎞ 이상의 고속선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인증을 독일 철도국에서 받았으나 시공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이 제품은 오스트리아에서 제작한 하이드로스타 기종(1단계 선로전환기는 프랑스산 MJ 81기종)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가설됐다. 안전성이 최종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우리 국민을 상대로 신제품의 안전성 실험을 했다는 말로도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도 건설 당시 이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 제품을 시공했고 지금 이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 기가 막힐 뿐이다.

 고속철도같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대중 교통수단에 이런 나태한 정신이 끼어들었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우선 사고 원인부터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내 엄중 문책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신제품을 쓴 것이 드러난다면 중범죄로 다스려야 한다. 세금 낭비도 짚지 않을 수 없다. 2단계 구간에 선로전환기를 새로 가설하려면 150억원이 든다고 한다. 이 돈은 누가 물어내야 하는지 철도시설공단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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