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와 진짜 물고기 사이에 낚싯대를 드리운 까닭은...

중앙선데이

입력 2011.06.0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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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호 03면

세계 최고의 작가들이 참가하는 본 전시, 나라별 특색 뽐낸 국가관 전시
베니스 비엔날레는 크게 총감독이 기획하는 본 전시와 국가관 전시, 그리고 특별전으로 이뤄진다. 본 전시는 쿠리거가 전 세계에서 직접 선정한 작가 83명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제임스 터렐, 마우리치오 카텔란, 마틴 크리드, 지그마르 폴케, 신디 셔먼 등이 참가했다. 한국 작가는 올해는 없다. 국가관 전시에는 모두 89개 나라가 참가했다. 2년 전보다 12개가 늘었다. 인도·방글라데시·하이티·짐바브웨·사우디아라비아·콩고·쿠바·코스타리카·남아프리카공화국은 처음 출전했다.

역사와 문화의 빛이 현대미술과 교감하는 제 54회 베니스 비엔날레

2일 언론 공개가 시작되자마자 영국·독일·이탈리아 국가관처럼 웅장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건물 앞에는 예년처럼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처음 참가하는 하이티 파빌리온은 지아르디니 전시장 밖 길거리, 버려진 듯한 컨테이너 안에 꾸려졌다. 이 초라한 모습의 컨테이너 안에는 하이티 출신 세 명의 작가 그룹이 제작한 죽음과 다산, 삶을 상징하는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열악한 재정 지원 속에 이루어진 이 전시장 앞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으리으리한 요트가 정박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독일관이었다. 전시장을 마치 성당처럼 꾸몄다. 제단 뒤쪽으로 거대한 스크린을 설치했고, 양쪽 벽면에도 크고 작은 스크린을 매달아 놓았다. 지난해 8월 폐암으로 사망한 독일 작가 크리스토프 쉴링겐지프(Christoph Schlingensief)의 ‘Church of Fear’다. 그가 생전 제작한 영상물들이 곳곳에서 상영됐다. 삶과 죽음을 자전적으로 이야기한 영상작업이다. 어린 시절 모습부터 죽기 전 의사와 나눈 대화까지 한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묵직하게 던지는 메시지가 파워풀하게 느껴졌다.

올해 서른여섯의 여류작가 타바이모(Tabaimo)를 내세운 일본관도 독특했다. 손으로 그린 수천 장의 드로잉을 스캔해서 컴퓨터로 합성한 영상이 펼쳐졌다. 일본 에도시대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만든 목판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일본적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냈다.

스위스는 토마스 히어쉬호른(Thomas Hirschhorn)의 대규모 설치 작업 ‘Crystal of Resistance’를 선보였다. 싸구려 플라스틱 제품이나 가십 잡지들을 은박지 호일이나 랩으로 싸고 스카치테이프로 붙였다. 자본주의 사회의 메커니즘을 어떻게 숨기거나 암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미국관의 경우 전시장 앞에 60t짜리 탱크를 뒤집어 놓고 그 위에 러닝머신을 설치한 뒤 한 사람이 올라가 운동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했던 제니퍼 알로라와 기예르모 칼자디야 팀의 작품이다.

가장 줄이 길었던 영국관에서는 터너상 후보였던 마이크 넬슨(Mike Nelson)의 대규모 설치 작업 ‘I, IMPOSTOR’가 전시됐다. 전쟁 한가운데 있는 듯한 집을 재현한 이곳에서는 긴장감과 초현실주의적인 낯섦이 내내 감돌았다.전시가 열리는 지아르디니와 아르세날레 곳곳에서는 세계 현대미술계를 이끄는 얼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테이트 모던의 니콜라 세로타 관장, 베르세유 관장 장 자크 아야공, 프랑스 출신 큐레이터 제롬 상스, 스위스의 유명 컬렉터 울렌스, 작가 아니쉬 카푸 등이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유CHRISTIE’S IMAGES LTD. 2011

존재와 사회·종교·정치를 아우른 이용백 작가의 한국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관은 윤재갑(43·사진 왼쪽) 커미셔너가 선정한 이용백(45·사진 오른쪽) 작가의 비디오·사진·조각·회화 등을 아우른 14점의 작품으로 꾸려졌다. 전시 제목은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곧 아물겠지요(The Love Is Gone, but the Scar will heal)’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이미 선보였던 이 작가의 대표작들이 전시됐다. 천사와 전사라는 극단적인 컨셉트의 대비를 통해 우리 시대가 처한 사회적 상황을 꽃과 전사라는 소재로 표현한 ‘엔절 솔저(Angel Soldier)’는 가장 눈길을 끌었다. 온통 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꽃무늬 군복 차림의 군인이 총을 들고 서서히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한국관 옥상 위에 빨랫줄을 설치하고 엔절 솔저의 꽃무늬로 만든 군복을 빨아서 널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빨래들은 겉으로 보면 아름답고 깨끗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 상황 혹은 과대한 경쟁으로 과열되어 늘 긴장이 도사리고 있는 한국 사회를 나타내는 작품이다. 그리고 비엔날레의 맥락에서 보자면 전쟁과도 같은 비엔날레의 경쟁 속에서 빨래라는 한가로운 행위와 널려진 꽃무늬 군복을 통해 휴식과 평화,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거울과 평면 TV, 맥 미니(Mac Mini)로 구성된 ‘Mirror’ 작업은 관람객들이 사면에 설치된 거울의 방에 들어서서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는 순간 거울이 커다란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 깨져버리는 환상을 주는 작품이다.

최근 그가 시도해온 회화 작업 ‘Plastic Fish’ 또한 주목받았다. “생존을 위해 가짜 물고기를 먹고 죽음에 이르는 진짜 물고기,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을 인간, 이 존재의 역설과 슬픔에 관한 작업”이라고 윤재갑 커미셔너는 설명한다.조각 작품 시리즈인 ‘피에타’는 인간의 존재와 종교, 문명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작품들은 조각을 만들기 위한 거푸집의 원형(성모 마리아 역)과 그 거푸집에서 나온 조각 작품(예수 역)이 한 쌍이 되면서 생성과 죽음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사색하도록 해준다. 이번에는 ‘피에타-자기 증오’와 ‘피에타-자기 죽음’의 두 가지 버전을 선보였다. ‘증오’에서 이 둘은 격렬하게 싸우고 ‘죽음’에서는 감싸안는다.

비엔날레 한국 대표로 참가한 소감에 대해 이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데뷔전”이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모두 쏟아부어 소진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작품 세계를 다지고 보다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작가 세오(34·한국명 서수경)는 베니스의 갤러리 팔라조 뱀보에서 열린 세계 유명 작가들의 개인전 형식의 전시에 초대받아 ‘나의 소우주’라는 타이틀로 작품을 선보였고, 아바치아 디 산 그리고리오에서 열리는 아시아 작가 100인 그룹전 ‘퓨처 패스’(Future pass)에도 초청받았다. 퓨처 패스 전에는 또 다른 한국 작가인 이세현과 권기수도 초청받아 회화 작품을 선보였다.

최선희씨는 런던 크리스티 인스티튜트에서 서양 미술사 디플로마를 받았다. 파리에 살면서 아트 컨설턴트로 일한다.『런던 미술 수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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