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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 CJ ‘게임 전쟁’…가입자 1800만 서든어택 총성 멎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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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인칭 슈팅게임 ‘서든어택’의 첫 화면. 아래 작은 사진은 가수 싸이(왼쪽)와 탤런트 유인나를 모델로 한 이 게임의 캐릭터다. 서든어택은 2006년 7월 상용화 이래 106주 동안 전체 게임 1위를 차지하는 국내 1위 1인칭 슈팅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회원 수가 1800만 명에 이르는 1인칭 슈팅게임(FPS) ‘서든어택’이 서비스 중단 위기를 맞았다.

개발사인 게임하이와 유통을 맡은 CJ E&M 간 재계약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일엔 CJ E&M 게임 부문 대표인 남궁훈 사장이 돌연 사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게임은 개발사와 유통사(퍼블리셔)가 다른 경우가 많다. 규모가 큰 게임업체가 유통을 맡는 편이 사용자 확보에 유리해서다. 게임하이도 같은 이유로 2005년 4월, 대형업체인 CJ인터넷(현 CJ E&M)과 계약했다. 이렇게 서비스를 시작한 서든어택은 2006년 7월 상용화 이래 106주 동안 전체 게임 1위(PC방 이용률 기준)를 차지하는 국내 1위 FPS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539억원. CJ E&M 게임 부문의 경우 전체 매출의 22.5%가 서든어택 유통에서 나온다. 대표적 수익원인 셈이다.

 이렇듯 성공적인 협력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작년 5월,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 게임하이를 인수하면서다. CJ E&M도 게임하이 인수에 나섰으나 넥슨에 밀렸다. 업계에선 “현 계약이 만료되면 넥슨이 직접 서든어택 유통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말 CJ E&M은 “계약 만료일(7월 10일)을 앞두고 넥슨과 게임하이에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으나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내용을 게임 이용자들에게 알렸다. CJ 측은 “재계약금으로 150억원을 주고 수익의 70%를 개발사에 배분하겠다고 했다. 통상 개발사가 수익의 50~60%를 가져가는 데 비하면 파격적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결국 넥슨이 게임을 직접 유통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넥슨은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유감”이라며 즉각 불쾌감을 표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넥슨이 서든어택의 유통을 맡은들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제는 CJ 측이 서든어택의 게임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게임 DB에는 이용자들의 게임 등급, 획득 아이템을 비롯한 온갖 정보가 들어 있다. DB를 관리하는 건 유통사인 만큼, 넥슨이 서든어택 유통을 맡게 될 경우 CJ가 축적한 기존 기록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게임 관련 온라인 게시판들이 온통 떠들썩한 이유다. 아이디 ‘숲피’인 회원은 “우리는 처음부터 (서든어택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모든 유저들은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랑하는 서든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CJ E&M은 넥슨에 “계약을 6개월 연장해주면 DB를 이전해주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넥슨은 “아직 유통을 직접 맡을지 결정한 바 없다”면서도 “CJ가 이용자 소유인 DB를 볼모로 어이없는 행동을 한다”고 비난한다. 협상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남궁훈 사장이 갑작스레 사임한 것도 협상 내용을 언론에 알리는 등 강공을 폈으나 별 진전을 보지 못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에 대해, 침체에 빠진 게임업계가 생존을 두고 벌이는 진흙탕 싸움의 시발점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게임업계 인사는 “대형 업체가 중소업체를 인수·합병하는 일이 잦아지고 매출도 양극화되는 등 업계 전체가 불건강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유사한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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