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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압력에 굴복한 복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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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본지 4월 28일자 24면.

앞으로 박카스 같은 원기회복제, 드링크류의 소화제, 파스 등 일부 가정상비약은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상당수 가정상비약을 약국 외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추진해 온 정부 계획은 보건복지부가 약사들의 압력에 굴복해 무산됐다.

 복지부 손건익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5일께부터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분류할 게 있는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약품 분류체계는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의약외품으로 나뉜다. 의약품의 재분류 논의는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재분류를 하게 되면 현재 약국에서만 판매하도록 돼 있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일부 약품은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게 된다. 현재 일반의약품은 해열·진통제, 파스, 위장약, 소화제, 정장제, 원기회복제 등 1만7000개 품목으로 분류돼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가정상비약이다.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안전성 등을 고려할 때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생약제제나 드링크류의 소화제, 정장제, 원기회복제, 일부 파스 등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는 해열·진통제처럼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일반의약품은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약으로 별도 분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가 의사 4명, 약사 4명, 공익위원 4명으로 돼 있어 논의 방향이 또다시 의사와 약사의 기득권 보호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자 대한약사회는 밤 12시까지 여는 당번약국을 평일에는 현재 50개에서 4000개로 확대하고, 휴일에 문을 여는 곳은 5000개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당번약국 제도가 잘 지켜지지 않아 약사회 방침이 제대로 준수될지는 미지수다.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는 “불편 해소를 원하는 국민 염원을 무시한 채 복지부가 약사의 기득권만 지켜 준 것”이라며 “장관 퇴진운동 등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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