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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빛에서 뽑아낸 색의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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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하철 천정의 반복적 패턴을 찍은 황선영씨 작품.

보라색 가지와 양배추, 먹다남은 생일 케이크, 혹은 지하철역 타일이나 에스컬레이터 바닥. 황선영(30)은 우리가 무심코 넘기는 것을 찍는다. 누구도 쉽사리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았을 성 싶은 것이다. 그 일부분을 클로즈업한다. 칼로 잘라낸 채소의 단면, 에스컬레이터 바닥의 잘고 촘촘한 선 같은 것이다. 그 다음 똑같은 사진을 여러 장 반복해서 붙인다. 가는 선의 연속, 사막이나 작은 언덕 같은 곡선의 연속이 새로운 기하학적 패턴을 창조해낸다.

 황선영의 개인전 ‘드 도트르 코테’가 8~14일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출품작은 전부 사진이지만 “사진작가는 아니고, 사진을 활용한 작업”이라고 소개한다. 홍익대 도예·유리과 출신인 황씨는 파리 1대학 팡테옹 소르본 조형예술학과와 대학원(사진 전공)을 졸업했다. 여러 장의 에스컬레이터 바닥 사진을 이어 붙이며 설치물처럼 올록볼록 양감을 준 작업에서는 조소 전공의 흔적이 느껴진다.

 극히 일상적인 소재의 절단과 클로즈업, 그리고 반복과 몽타주를 통해 새로운 조형미와 추상성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지만 포토샵은 전혀 쓰지 않고, 오직 빛의 조절로 회화 못잖게 다양한 색의 변주를 얻어낸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국내 데뷔하는 작가는 ‘궁’ ‘장난스러운 키스’ 등으로 잘 알려진 스타 PD 황인뢰씨와 섬유예술가 왕문현씨의 딸이다. 02-738-7776.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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