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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서 부활 '윤이상 선율'-18일부터 '통영 현대음악제'

중앙일보

입력

꿈에도 그리던 통영 앞바다를 못보고 끝내 이역 만리에서 눈을 감은 작곡가 윤이상(尹伊桑.1917~95) . 그의 고향 사랑은 각별하다.

그를 영원한 망명객으로 만든 동백림사건이 나기 1년전인 66년 그는 미국 애스펀에서 청마 유치환 시에 '통영시민의 노래' 를 작곡했다.

그는 95년 7월 음악공연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어릴 때 낚시질하며 놀던 통영 앞바다를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기 위해 일본 시모노세키(下閔) 에서 배를 타고 남해부근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멸치배들이 오가는 고향 바닷가의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고향땅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소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윤이상의 고향 통영이 음악의 메카로 탈바꿈한다. 오는 18~20일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통영현대음악제 2000:윤이상을 기리며' 가 열리는 것. 18일 신라의 화랑정신을 생각하며 92년 작곡한 윤이상의 관현악 '신라' 를 창원시향이 국내 초연하며, 이상준 연출의 다큐영화 '윤이상을 찾아서' 가 상영된다.

19일엔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조명하는 세미나에 이어 외국 작곡가들이 윤씨의 영전에 헌정한 작품들을 연주한다. 일본 작곡가 조지 유아사의 '라이가쿠' , 스위스 작곡가 클라우스 후버의 '가야금과 북을 위한 거친 붓끝' 등이 그것.

또 윤이상의 외국무대 데뷔작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 을 피아니스트 최희연(서울대 교수) 이 들려준다. 마지막 날엔 금호4중주단과 피리목관5중주단이 윤이상의 현악4중주곡과 목관5중주곡을 각각 연주하고, 윤이상의 '통영시민의 노래' 가 44년만에 고향에서 초연된다.

통영현대음악제는 주말을 이용해 2박3일 동안 열리는 독일의 도나우싱엔 현대음악제를 모델로 한 것.

부산(국제영화제) .광주(비엔날레) 에 이어 통영을 관광과 결합된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년까지는 통영문화재단(이사장 천명주) 과 국제윤이상협회가 음악제를 주도하지만 오는 2002년부터는 통영국제음악제로 승격시킬 계획이다.

또 윤이상기념관.윤이상 음악공원 설립도 추진 중이다. 윤이상기념관에는 윤이상의 친필악보.편지.연설문 원고.음반 등 윤이상 관련 자료를 모은 전시실과 현대음악 공연장이 들어선다.

통영은 한려수도 관광의 거점도시. 예로부터 작가 박경리, 시인 유치환.김춘수를 낳은 예향(藝鄕) 이다.

오늘날까지 아악과 민속악을 주관하는 신청(神廳.악공조합) 이 남아 있는 전통음악의 보고인 동시에 일제시대부터 서양음악을 받아들인 곳이다. 동서양을 아우른 윤이상 음악의 뿌리인 셈이다.

충분한 숙박시설을 활용해 관광 비수기인 겨울에 국제규모의 음악제를 개최하는 것은 스키장으로 유명한 일본 삿포로, 애스펀에서 여름철에 음악제를 열고 있는 것과 닮았다. 서울 02-391-9631, 통영 0557-644-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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