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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영화로 배우는 영어교육 효과적 … 처음엔 가벼운 홈드라마로 시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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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고3 영어실력이 영어권 초5 수준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매우 우수한 고유의 문자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왜 영어를 배워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이제는 더 이상 논란의 소지가 없어 보인다.

 인터넷에 떠 있는 정보의 반 이상이 영어이거나 또는 쓸 만한 정보의 90% 정도가 영어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 당위성의 근거로 최근 많이 들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영어는 중요한 정보와 지식 전달 매체였다.

 각 대학의 각종 학과에서 쓰는 전공 원서, 온갖 연구소에서 연구 자료 혹은 참고 자료로 쓰는 숱한 논문과 연구서, 정치나 경제계에서 수시로 들여다보는 여러 부문의 동향 자료 등등은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고 그 양은 방대하기 짝이 없다.

 혹자는 그런 자료를 모두 번역해서 보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건 물리적 시간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번역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자료가 영어로 생산되니 늘 뒷북만 친다는 얘기다. 결국 최대한 많은 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런 정보를 해석이나 누군가의 통번역 없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길 만이 영어가 판치는 세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며 그것이 바로 영어를 잘해야 할 당위이다.

 실제로 교육부에서 펴낸 자료에 그와 비슷한 말이 번지르르하게 씌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완전히 목표 따로 내용 따로 이다. 공교육 현장의 영어를 보면 고등학교 3학년 영어 교과서의 수준이 영어권 초등학교 5, 6학년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사교육 현장의 영어 역시 실제적인 영어 정보 처리와 거의 관계가 없는 커리큘럼만 잔뜩 펼쳐놓고 있다. 그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대다수의 영어 전문가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곡조를 붙이거나 노래로 만들어 흥얼거리고 코믹한 제스처로 한두 개의 표현을 몸에 익힌다 한들 도대체 어느 세월에 그런 능력을 갖게 하겠다는 걸까.

영상매체를 영어 학습 교재로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DVD나 비디오 같은 영상 매체로 전달되는 콘텐트는 영어 학습에 매우 유용한 재료다.

 일단 화려한 화면이 있고 적절한 사운드가 감정 이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니 집중하기 좋다. 게다가 언어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즐겁게 하거나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어서 현실적이고 문화적이며 예술적이다.

 예를 들어 영화 한 편을 교재로 사용하면 그 속에 있는 문화적 알맹이를 먼저 호흡하게 되고 그 다음엔 줄거리를 즐기게 되며 결국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저마다의 인생살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대사 하나 하나의 어감과 표현에 저절로 젖어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언어의 체화다. 그런 상태에 접어들면 그 때부터는 영화만 남고 그것을 무슨 언어로 보았는지는 남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그럼 어떻게 영상 콘텐트를 활용해야 할까.

 역시 일단은 ‘선택과 집중’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우선 영화 한 편을 잘 선택해 완전히 소화할 정도로 보고, 같은 장르의 것을 연속으로 보아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완전히 소화하라는 의미는 대사를 첫마디만 듣고도 줄줄 꿸 정도로 성대모사 하라는 뜻이다. 첫 번째 장르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도 꽤 중요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서 공상 과학 쪽이나 전쟁 영화로 시작을 하면 대사의 양이 일단 적고 욕이나 군인들 특유의 말투 같은 것이 많아 시간 투자에 비해 내공이 많이 축적되지 않을 위험이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선 홈 드라마 종류의 가볍고 유쾌한 것이 좋다. 그래야 매일 보아도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한 다섯 편 정도의 영화를 다 소화하고 나면 그 다음엔 법정 드라마 쪽으로 옮겨 가는 게 좋다. 정제된 언어와 논리적인 대화 전개 방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미스터리 물, 스릴러, 전쟁 영화 순으로 옮겨 가면 된다.

김교주 토스잉글리시 천안캠퍼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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