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와대 “대통령 모시는 장관이 …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재오 특임장관(왼쪽)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를 마친 뒤 설대우 중앙대 교수와 함께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안성식 기자]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개국을 다녀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일 이 대통령과 회동하는 것과 관련해 이재오 특임장관이 “특사의 보고를 듣고 그걸로 끝내야 한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한 데 대해 청와대 측은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에서도 이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장관은 1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에 대한 질문을 받고 “특사 활동에 대해 보고한다는 의미 이외에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다면 그건 당에 더 큰 분란을 불러올 것이다.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청와대 참모들은 2일 “이 장관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참모는 “대통령을 모시는 특임장관이 대통령이 직접 주체가 되는 의미 있는 행사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게 옳으냐”라며 “대통령에게 ‘보고만 받으라’라고 말하는 장관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현직 장관이 대통령의 행사를 폄하하는 건 사상 처음 있는 일 아니냐”라며 “이 장관은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만남에서 선을 넘지 말라며 가이드라인을 주려는 의도에서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정권의 2인자가 그런 언행을 하면 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신·구주류에서도 이 장관을 힐난하는 말들이 나왔다. 친이명박계인 신지호 의원은 “이 장관이 3일 행사에 대해 김빼기 차원에서 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현직 장관으로서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필요한 말을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친이 직계의 한 초선 의원은 “아무리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의 일정과 관련해 ‘이래라 저래라’ 코치하는 듯한 모습은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신주류인 황우여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 이 장관은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이 당 화합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낳는 걸 원치 않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친박근혜계인 구상찬 의원은 “두 분의 만남이 있기도 전에 대화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글=고정애·정효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통령실 특임장관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45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