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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입 연 유상봉 … ‘함바 폭탄’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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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임상규

강희락 전 경찰청장,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등의 기소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건설 현장 식당(속칭 ‘함바’) 비리 사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식당 운영권과 관련해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배임증재)로 구속기소된 유상봉(65)씨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임상규(62) 순천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을 다음 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임 총장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사돈으로, 유씨의 식당 운영권 관련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석 달여 만에 다시 전직 장관을 수사선상에 올리게 된 것은 유씨가 검찰에 낸 진정 때문이었다. 유씨는 지난달 초부터 “건설업자 7~8명에게서 받을 돈을 받지 못했다”며 사기 혐의로 진정을 냈다. 이 가운데는 임 총장의 동생인 건설업자 임모씨를 상대로 낸 진정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진정서에서 “임씨로부터 받지 못한 돈이 수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진정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재개된 검찰 조사에서 유씨는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임 총장의 이름이 돌출한 것이다. 검찰은 또 유씨로부터 “공기업 사장을 지낸 정모씨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전 대표, 총경급 현직 경찰 간부 등 4~5명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월 9일 검찰은 장수만 전 청장과 건설사 임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동부지검 관계자는 “몇몇 건설사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가 남아 있지만 신속히 끝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의혹이 불거지지 않는 한 정·관계를 상대로 한 권력형 비리 수사는 마무리하겠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4월 SK건설의 전직 부사장 2명을 추가로 불구속 기소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갑상선 암을 앓아온 유씨의 건강상태가 악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씨는 지난해 11월 22일 검찰에 체포된 이후 줄곧 유치장과 구치소에서 생활해 왔다. 그러다 2월 24일부터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성동구치소 대신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머물며 동부지검 청사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4월 8일에는 보석 허가 결정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장기간 구속 상태에서 입원·수술비와 보석금이 필요하게 된 유씨가 돈 받을 건설업자 압박용으로 추가 진술을 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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