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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설(世說)

부품소재산업, 국가 경제의 뿌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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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아이폰은 어느 나라가 만들까. 미국? 미국의 애플사가 개발한 제품이니 틀린 답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 든 수천 가지 부품 소재와 그 원천기술을 들여다 보면 답은 확연히 달라진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소가 최신형 아이폰4를 구성하는 부품 제조국에 따라 부가가치 비율을 평가한 결과 일본이 34%로 1위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아이폰이 팔릴수록 애플사보다 일본의 부품 소재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낸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은 독일(17%)에 이어 13%를 차지해 3위에 올랐다. 아이폰만 놓고 보면, 한국의 부품 소재 산업이 세계 3강의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부품·소재 산업은 수출액 면에서 세계 6위 규모이며, 2012년 세계 5강 진입을 목표로 할 만큼 짧은 기간 내에 급성장했다. 2001년 27억 달러였던 흑자액은 2010년 779억 달러로 확대됐다.

 그러나 세계 최강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무엇보다 특히 핵심 부품·소재의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는 2001년 제정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효력을 10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또 우수 기술력을 가진 중소 부품·소재 전문기업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첫걸음 부품소재 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출 100억원 이하의 소규모 부품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2~3년 동안 1억~3억원의 기술 개발비를 지원하도록 한 이 사업은 최근 정부의 화두인 동반성장과 친서민 정책에도 부합하는 내용이다. 기술혁신 능력을 갖춘 많은 중소기업이 수준 높은 정부 R&D 과제에 도전해 자체 역량을 높이고, 이를 통해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근고지영(根固枝榮) 천심유장(泉深流長)”. 뿌리가 굳고 튼튼하면 가지가 번창하고 샘이 깊으면 길게 흐른다는 뜻이다. ‘부품 소재산업은 국가경제의 뿌리와 같다’는 점에서 중소 부품소재 전문기업을 발굴해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은 우리 경제의 뿌리를 더욱 튼튼히 다져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