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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택배, 골프장 운영 … 마을기업이 동네 살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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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일 ‘부산대학로 상가번영회’ 마을기업 박성철 대표(왼쪽)와 직원들이 부산시 장전동 사무실에서 파이팅을 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2일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의 ‘부산대학로상가번영회’ 작업실. 6명의 직원이 박스 안에 냉장 포장된 순대와 함께 드라이아이스 뭉치를 넣었다. 이곳은 식품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도록 특수 포장한 뒤 해외로 배송하는 마을기업이다. 비결은 드라이아이스를 보온재로 감싼 뒤 바늘구멍을 내 1주일간 냉장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기업은 기술을 자체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다.

필요한 설비는 행정안전부와 부산시의 마을기업 지원금 4000만원으로 마련했다. 부산대학로상가번영회 박성철 대표는 “신선식품을 국제택배로 보낼 수 있어 해외에서의 주문이 늘고 있다”며 “올해 12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향토·문화·자연자원을 활용하거나 자체 기술을 개발해 일자리도 늘리고 돈도 버는 마을기업이 늘고 있다.

 충북 증평군 도안면 광덕마을은 지난달 22일 그린 10곳(퍼팅장 포함)과 스윙 연습장 6타석을 갖춘 ‘파3 골프장’을 개장했다. 증평군이 마을 주변 생활폐기물 처리장을 연장 사용하면서 보상금 35억원을 지원하자 주민들이 이를 활용해 ‘파3 골프장’을 조성한 것이다. 주민들은 ‘광덕주민지원협의체’를 만든 뒤 법인을 설립해 부지와 골프장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 관리를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대신 주민들을 고용하도록 했다. 올해 예상 수익금은 1억2000만원이다. 주민지원협의체 연장희(61) 위원장은 “청주 도심에서 20분 정도 거리로 가깝고 인근에 파3 골프장이 없어 사업성 이 있다” 고 말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의 ‘건강한 밥상’은 마을에서 생산한 채소·쌀·계란 등 신선 농산물을 한 꾸러미로 포장해 인근 전주시 가정으로 배달을 하는 마을기업이다. 전주 시민 2500여 명을 회원으로 확보해 한 달 매출이 5000만원을 웃돈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마을 기업은 지역에 일자리·활력·소득을 주는 일석삼조의 사업”이라 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지원금만 노리고 만든 부실한 마을기업들도 있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사회적기업연구원의 임경수 연구위원은 “지역 유지들이 정부 지원금만 바라보고 마을기업을 만들어선 안 된다”며 “지역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면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범 도입한 마을기업은 현재 전국에 516개가 있다. 행안부 이승우 지역희망일자리추진단장은 “고용 없는 상장이 굳어지는 상황에서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마을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상진·신진호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마을기업=전국 각 지역공동체의 각종 특화자원(향토·문화·자연자원)을 활용해 안정적인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이다. 공모를 통해 사업자로 선정되면 2년간 최대 8000만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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