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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석의 Wine&] 대학생 입맛 사로잡은 ‘브라케토 다퀴’는 달콤한 발포성 로제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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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달 19일 목요일 오후 6시. 축제가 한창이던 고려대학교에서 이색적인 이벤트가 열렸다. 교내 학생회관 옆 농구장에서 와인 시음회가 개최된 것. 학내 와인 동아리인 ‘소믈리에’가 주최한 행사로 참가비 5000원을 내면 모두 6종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자리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준비한 400장의 입장권이 순식간에 매진돼 150장의 티켓을 추가로 만들었다. 소믈리에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진영(기계공학과 06학번)씨는 “나중엔 자리가 모자라 서서 와인을 맛보는 사람도 많았다”며 “하지만 술에 취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2005년 설립된 소믈리에는 국내 최초 대학교 와인 동아리다. 교양 수업이었던 ‘포도주 개론’을 듣던 학생들끼리 발족해 2008년엔 고려대 공식 와인 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신입회원을 모집할 때 평균 경쟁률이 3대1이 넘을 만큼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박씨는 “아직도 고려대가 막걸리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근엔 학생들의 술자리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며 “동아리에선 주로 와인수입사 협찬을 통해 저렴한 와인을 맛보지만, 와인을 통해 술자리 매너와 교양까지 배울 수 있어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음회엔 프랑스의 슈발리에 드 라스콤브, 칠레의 카시렐로 델 디아블로, 아르헨티나의 아르젠토 말벡, 스페인의 스패니시 게이트 등 나라별로 1만~2만원대의 다양한 와인들이 등장했다. 그중에서 대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와인은 이탈리아의 유명 와인생산자 아랄디카가 만드는 와인 ‘브라케토 다퀴’(사진)였다. 이탈리아 북동부 피에몬테 지역에 위치한 아랄디카는 “아무리 훌륭해도 시중에서 구할 수 없거나 너무 비싼 와인은 필요없다”는 철학으로 유명한 생산자. 브라케토 다퀴는 아랄디카가 피에몬테 아퀴(Acqui) 지역에서 브라케토로 생산한 로제 와인이다. 달콤하면서도 알코올 도수가 낮은 발포성 와인으로 초보자들과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로제 와인은 와인의 본산지 유럽에서도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 한여름엔 매출 실적을 놓고 맥주와 한판 승부를 벌일 정도다. 로제(Rose)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장미색, 얼핏 보면 핑크색을 띠고 있다. 색깔이 발그스름해 ‘블러시(blush)’ 와인으로도 불린다. 보통 레드 와인을 사용하는 포도 품종으로 만드는데, 포도를 수확한 후 발효를 할 때 레드 와인보다 포도 껍질을 일찍 제거하기 때문에 색깔이 옅다. 로제 샴페인의 경우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포도 품종을 각각 와인으로 제조한 후 나중에 블렌딩한다. 국내에서 로제 와인은 단맛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에게서 외면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드라이하고 고급 레드 와인 못지않은 로제 와인도 속속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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