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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영상 ‘북 트레일러’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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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정유정 작가의 장편소설 『7년의 밤』 북 트레일러. 으스스한 숲을 배경으로 극영화처럼 연출해 찍었다.


책 지은이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는 어떻게 촬영할까. 음악은 어떻게 만들고, 내레이션은 누구에게 맡길까. 박진감 넘치는 편집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영화나 CF를 만드는 감독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다. 요즘엔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출판 편집자들이 ‘촬영’을 염두에 두며 일한다. 새 책을 알리는 동영상 ‘북 트레일러’(영화 예고편을 가리키는 ‘필름 트레일러’에서 따온 말)를 만들기 위해서다.

 책도 영상으로 승부하는 시대다. 출판사마다 영화 예고편 같은 북트레일러와 저자 인터뷰 동영상 촬영에 적극적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소설 『7년의 밤』(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트레일러. 상영시간은 1분이지만 음산한 풍경과 한 남자를 쫓는 또 다른 두 남자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통해 소설 분위기를 강렬하게 전하고 있다.

 『7년만의 밤』 트레일러가 장편영화 예고편 같다면, 『지식인의 서재』(한정원 지음, 행성:B) 트레일러는 교양 다큐멘터리 같다. 각계 유명인 15인 서재의 풍경과 책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출간을 앞두고 이들의 육성이 담긴 ‘영상 프리뷰’(3분 18초)를 만들었다. 출판사는 책에 등장하는 명사 15인의 개별 인터뷰로도 각각 편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트레일러는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youtube.com)와 인터넷서점, 그리고 책의 표지와 광고에 QR코드로 넣었다.

 북 트레일러 제작은 외국에서는 보편화된 현상이다. 미국의 출판 관련 사이트 ‘퍼블리싱 퍼스펙티브 닷컴’(publishingperspective

s.com)에선 최근 북 트레일러의 효과에 대한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동영상 촬영 팁 등의 정보도 소개됐다.

 탄탄한 내용과 맞물린 트레일러가 효과를 낸 것일까. 출간 한 달 만에 7만 부가 판매된 소설 『7년의 밤』은 출간되자마자 15개 영화사로부터 판권구매 제안을 받았으며 최근 1억원, 러닝 개런티 5%에 영화판권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소설 가운데 판권료가 가장 높았던 작품은 공지영의 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1억5000만원이었다.

 은행나무 주 대표는 “자신감이 있는 작품인 만큼 흡인력 있는 트레일러로 독자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다. 전문업체가 촬영했지만 영화에 관심이 많은 편집자가 직접 콘티를 짜는 등 적극 참여해 초저예산으로 제작한 만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행성:B의 임태주 대표는 트레일러를 가리켜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행위’에 비유했다. 임 대표는 “단순히 책의 정보만 던져주는 것을 넘어서 정말로 밑줄 긋고 싶은 말들, 가슴을 파고드는 얘기를 직접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매체인 책에 접근하는 통로를 디지털 도구를 통해 열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또 “저자-편집자-독자로 이어지는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생산·유통 단계는 이미 사라지고 있다”며 “출판이 생존하려면 이제 콘텐트 제작자의 역할은 물론 멀티 미디어를 이용해 총과정을 프로듀싱하는 출판 디렉터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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