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위 아르볼레다 “과일의 달콤함과 복합적인 향”…로버트 파커도 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3만~4만원대 칠레산 와인은 와인업계에서 흔히 ‘몸통’으로 불린다. 수입량과 판매량 모두 이 가격대 칠레산 와인이 다른 나라, 다른 가격대 와인을 압도해서다. 국내 누적 판매량 400만 병을 자랑하는 ‘몬테스 알파’ 시리즈나 골프와인으로 유명한 ‘1865’(카베르네 소비뇽)도 여기 속해 있다. 칠레산 와인은 특히 국내 와인 시장이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002년만 해도 3000만 달러를 채 넘지 못하던 와인 수입액은 2004년 4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칠레산 와인은 대중적인 와인으로 널리 사랑받는다. 칠레 1위 와이너리인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가 담근 와인은 미국 시장에서도 수입량 기준으로 최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이수기 기자

제6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를 위한 시음 평가는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동 와인나라 아카데미에서 열렸다. 시음 평가 대상은 총 100종(31개 수입사)의 3만~4만원대 칠레산 레드 와인이었다. 이날 시음에는 한국소믈리에협회 서한정 명예회장,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엄경자 수석소믈리에와 이마트 신근중 주류바이어, 롯데마트 이영은 주류MD 등 전문가 23명과 애호가 12명 등 총 35명이 참가했다. 시음단 외에도 일반인 30명으로 구성된 참관단이 평가 과정을 지켜봤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명 와인 대거 포진=시음에 참여한 이승훈 소믈리에는 “새삼 3만~4만원대 칠레 와인의 층이 두텁다는 걸 느꼈다”며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 일반 소비자도 쉽게 구입해 편하게 즐길 만한 와인이 많았다”고 평했다.

 평가 결과 ‘몬테스 알파’(카베르네 소비뇽 2008)와 ‘코노수르’(토코르날 카베르네 소비뇽), ‘에스쿠도 로호’ 등 유명 와인이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1865’(카베르네 소비뇽)만 종합순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와인 칼럼니스트 안준범씨는 “3만~4만원대 칠레 와인에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와인이 대거 포진해 있어 시음 전부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며 “어느 때보다 점수를 매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르볼레다 시라 2007’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칠레의 유명 와인 브랜드인 에라주리즈(Errazuriz)와 칼리테라(Caliterra)를 생산하는 비나 에라주리즈(Vina Errazuriz)가 가진 브랜드 와인이다. 아르볼레다 시라는 2007년과 2008년 두 해 연속으로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에게서 89점을 받을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은 와인이다. 와인평론가 이세용씨는 “과일의 달콤함과 복합적인 향을 잘 갖춘 와인”이라고 평가했다.

 2위는 ‘님부스 메를로 2008’이다. 잘 익은 블랙 베리 등의 풍부한 과일 향이 특징인 와인이다. 와인을 만든 ‘비나 카사블랑카’는 1990년대 후반 칠레의 ‘1990년대를 빛낸 와이너리(Winery of decade)’로 뽑히면서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이 와이너리는 2006년 영국에서 열린 국제 와인 챌린지에서 은메달, 2004년 칠레 와인 어워즈에서 금메달을 차지할 만큼 국제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3위는 ‘마르케스 드 카사 콘차 카베르네 소비뇽 2007’이 차지했다. 칠레 1위 와이너리로 꼽히는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에서 만들었다. 1883년 설립된 이 와이너리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명품 와인인 ‘샤토 무통 로칠드’를 만든 ‘바롱 필립 드 로칠드’ 가문과 손잡고 칠레 최초의 프리미엄 와인인 알마비바(Almaviva)를 생산한 곳이다. 이승훈 소믈리에는 “과일과 오크향이 적절하게 나는 와인”이라며 “입안에서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균형감 있는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평했다.

 4위는 ‘에라주리즈 맥스 레세르바 쉬라즈 2007’이다. 1870년 세워진 비나 에라주리즈는 140여 년 동안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입안을 감싸는 섬세한 타닌과 신선한 산도를 무기로 가격 대비 가장 우수한 와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에라주리즈는 현재 5대째 가족이 운영해오고 있다.

 ‘디 마르티노 싱글 빈야드 올드 부시 리마비다 2007’은 5위에 올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에서 이주해 온 마르티노 가문이 만든 와인이다. 잘 익은 딸기와 자두 향이 난다. 3대째 칠레 와인을 빚어온 이 가문은 인공위성 사진 자료로 와이너리 상태를 점검하는 매핑(Mapping) 기법으로 포도를 키워오고 있다.

 유기농법과 친환경 경영으로 유명한 ‘아구스티노스 그란 레세르바 카베르네 소비뇽 2008’은 6위다. 짙은 루비색과 복합적인 향기가 매력적인 와인이다. 2007년에는 로버트 파커에게서 90점을 받았다. 칠레 최초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포도를 키워낸다. 영국의 유명 백화점인 해러즈백화점에도 공급되는 와인이다.

 ‘산타 리타 메달라 레알 카베르네 소비뇽 2007’은 7위에 올랐다. 1880년 설립된 산타 리타 와이너리의 ‘메달라 레알 카베르네 소비뇽 2004’는 미국의 유명 와인 잡지인 와인 스펙테이터가 뽑은 100대 와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골프장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산 페드로 1865 싱글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2009’는 8위로 선정됐다. 전문가 평가에서는 10위권 밖이었지만, 일반 애호가 평가에서는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종합순위에서는 8위가 됐다. 같은 브랜드의 ‘카르메네르 2007’은 전문가 평가에서 6위에 올랐다. 1865(카베르네 소비뇽)는 몬테스 알파와 함께 국내에서 판매되는 칠레 와인 중 단일 브랜드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와인이다. ‘(골프 경기 시) 18홀을 65타 안에 치라’는 의미를 담은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다.

 공동 9위에는 ‘산타 카롤리나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2006’과 ‘아르볼레다 카베르네 소비뇽 2006’이 올랐다. 산타 카롤리나를 만든 ‘비나 산타 카롤리나 와이너리’는 125년 역사를 통해 쌓은 노하우에 과감한 신기술을 적용하는 걸로 유명하다. 고영석 소믈리에는 “시간을 좀 더 들여 오래도록 숙성한다면 진가를 발휘할 와인”이라며 “가족행사 때 마시면 좋을 것 같다”고 평했다. 공동 9위인 ‘아르볼레다 카베르네 소비뇽 2006’은 은은한 캐러멜·초콜릿·바닐라 향이 섞인 복합적인 향이 특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