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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선 아이돌도 나사빠져야 인기…한류일으키는 한국 아이돌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각국을 대표하는 바보 캐릭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엔 영구, 미국엔 덤앤더머, 일본에는 일명 보케 (ボケ)라 불리는 캐릭터가 있다. 일본 개그의 기본이라고 불리는 이 캐릭터는 우리나라로 치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엉뚱한 소리만 하는 나사 빠진 사람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가수도 인기를 끌려면 보케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똑똑하면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한류바람을 일으키는 한국 가수들도 바보캐릭터로 승부한다는 얘긴가?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일본뉴스 포털 사이트인 JP뉴스는 최근 “일본 아이돌 그룹에서 인기있는 멤버는 얼굴이 귀여운 보케 캐릭터인 경우가 많다”며 “똑똑한 여자보다는 오히려 멍청한 여자가 인기가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그러면서 "그 바보같은 수준은 상당히 심각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에는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2008년 일본의 인기 퀴즈 프로그램 ‘헥사곤2’에 등장한 출연자들이 바보 같은 오답을 남발하며 많은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삼계탕이 어느 나라 요리인가’라는 질문에 ‘프랑스’라고 대답하는가 하면 공항에서 비행기의 이착륙을 관리하는 곳을 ‘면세점’이라고 대답했다. 왜 틀렸는지 몰라서 사회자에게 강하게 항의를 하기도 한다. 아예 구구단을 못외우는 것을 방송 소재로 특집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아무리 바보 캐릭터가 통한다고 해도 한국에서 이 정도면 "웃기려고 별 소리를 지어낸다"는 핀잔을 들었을게다. 하지만 일본에선 달랐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출연자 중 여성 3명은 Pabo(パボ), 남성 3명은 수치심(羞恥心)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큰 화제가 됐다. 수치심의 경우 프로그램 출연 당시 무명 배우였지만 이후 가수로 성공을 거두며 일본의 대표 가요순위인 오리콘 연간 랭킹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현재 수치심은 해체한 상태지만 이들은 지금까지도 톱배우로 활약 중이다.

그룹 아라시(あらし)의 멤버 아이바 마사키와 오노 사토시 등이 일본의 대표적인 보케 캐릭터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아이돌 그룹인 AKB48이 잘 팔리는 이유도 반에서 10번째 정도로 예쁜 애들만 모아놓은 집단이어서라는 것이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쿄대 공대를 졸업한 배우 키쿠가와 레이는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잘 안팔리자 보케 캐릭터로 전환해 온갖 바보짓을 선보이고 있을 지경"이라고 칼럼은 지적했다.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 그룹인 카라 역시 어눌한 일본어와 엉뚱한 행동 등으로 귀여운 인상을 주며 보케 캐릭터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카라는 각자 자기 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이름과 함께 간단한 인사말을 했다. 반면 팀의 리더 박규리는 "저는 팀에서 여신과 아름다움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진행자는 "박규리의 엉뚱한 대답에 웃음이 터졌다"며 폭소했다.

바보 캐릭터는 국내 아이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룹 시크릿의 멤버 한선화는 지난 해 예능 프로그램 ‘청춘불패’에 출연해 3년을 44개월이라고 하는가 하면 고진감래는 고진갑세, 언중유골은 언중칼슘이라고 대답해 ‘백지선화’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1박2일의 이승기는 똑똑한 듯 멍청한 '허당'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국내 시청자의 반응은 일본과 다르다. 예능 프로그램이니 웃고 넘기기 좋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과하다는 의견이다. “도를 넘은 상식 부족이다” “10대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아이돌 멤버의 수준이 너무 낮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질타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캐릭터가 오히려 화제를 낳으며 당사자를 스타덤에 올려놓는다. 때문에 일부 연예인들은 일부러 바보스럽게 행동하는 등 보케 캐릭터에 욕심을 내고 있다.

이에 국내 네티즌들은 “한국에서는 오히려 무식하다고 욕 먹을 텐데… 일본은 참 특이하다” “일본은 자기보다 더 모자란 사람에게 안심하고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경향이 있어서 보케 캐릭터가 상업적으로 먹히는 것 같다” “실제로 무식한 걸 귀엽다고 억지를 부리는 건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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