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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차한잔] '우리 사발 이야기' 펴낸 사기장 신한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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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이 국보로 대접하는 고려 다완은 막사발이 아닙니다. 대신 색깔과 장식을 고려해 황태옥사발이라 불러야 합니다."

'우리 사발 이야기'(가야넷)를 펴낸 사기장(匠) 신한균(45) 씨 얘기다. 그는 막사발이란 말 자체를 거부한다. 일제 시대 야나기 무네요시가 잡기(雜器)로 표현한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다. 그리고 "조선 도공들이 예술의식 없이 만든 잡기에서 고귀한 '와비사비'(고독과 외로움)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은 일본인이며 고려 다완의 미는 바로 발견 당사자인 일본인의 것이다"란 일본 학자들의 주장도 부정한다.

그에 따르면 '막사발'은 그저 쓰고 버리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다. 맵씨와 때깔을 보면 공들여 만든 명문가의 제기(祭器)였단다. 또 '와비사비의 아름다움'을 빚은 '우연의 미학'이란 시각도 "가마불을 1300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등 끊임없이 공을 들여야 하는 사발을 우연히 만들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할 만한 자격이 있다. '막사발' 재현에 성공한 신정희(76) 옹의 맏이로, 사발 만들기에 뛰어든지 20년이 넘었다. 1987년 처음 일본에서 개인전을 연 이래 수십 차례 일본을 방문하면서 고려 다완이 일본 다도인들의 보물이 된 것은 임진왜란 전부터임을 알게 됐다. '당시 조.일(朝日) 무역에서 마구 만든 그릇이 교역 대상이 됐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뒤로 서울대 규장각의 각종 고서(古書)를 뒤지고 30여 군데의 일본 미술관.절.개인소장가를 찾아 '막사발'의 뿌리와 비밀캐기에 매달렸다. 그 10년의 결실을 이 책에 담았다. 조선 사발의 멋내기는 함경남도 회령에서 비롯된 사실을 포함해 관련 일화, 제조법 등이 고려 다완 사진 400여 컷과 함께 실렸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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