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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판결] 종업원-법인 ‘양벌규정’ 위헌 결정 … 론스타에도 적용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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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종업원이 법을 위반하면 그 사람을 고용한 회사도 자동적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나? 이름하여 ‘양벌 (兩罰)규정’ 논란이다.

 헌법재판소가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28일 주목할 결정을 내렸다. 구 증권거래법(자본시장통합법 제정으로 폐기) 215조에 의한 양벌규정은 위헌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번 판결의 내용은 이렇다. 대신증권의 종업원 이모씨가 고객인 권모씨의 동의 없이 임의로 주식을 매매(구 증권거래법 107조 위반)하다 손실을 입혔는데, 같은 법 양벌규정에 따라 종업원은 물론 법인인 대신증권도 처벌해야 하는지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헌법재판소에 물어본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양벌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함에 따라 대신증권은 권모씨 계좌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의 근거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 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종업원의 행위에 연동한 회사의 책임에 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종업원이 회사 소속이란 이유로 그 회사를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거스른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이 관심을 끈 것은 외환은행 매각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된 ‘론스타의 범죄 행위’가 바로 똑같은 법 조항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합병 때 ‘허위 감자설’을 유포해 구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유 전 대표의 유죄가 확정되고 여기에 ‘양벌규정’을 적용하면 론스타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론스타는 은행 대주주로서의 적격성을 잃게 되고 외환은행 주식을 강제 매각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번 헌재의 결정이 론스타에도 적용된다면 론스타는 유 전 대표의 범죄행위와 상관없이 예정된 수순대로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는 현재 주요 로펌과 법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모아 입장을 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편 유 전 대표는 종업원이 아니라 회사의 대표 신분이었다는 점에서 대신증권 케이스를 적용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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