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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표 교육’ 쉬운 것부터 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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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소통하려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자녀 양육에 참여하면 자녀가 보다 잘 자랄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 현실적으로 엄마 혼자 양육을 맡기 어려워진 것도 원인이다. 하지만 생각은 있는데 실천하지 못하는 아빠들이 아직 많다. 전문가들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여행으로 아빠표 교육 실천

 임대순(44·서울시 신정6동)씨의 집에 들어서면 현관에 붙어있는 우리나라 지도가 먼저 눈에 띈다. 지도 곳곳에는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세보니 110개가 넘는다. 임씨와 가족들이 지금까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곳이다. 유명산·파주·삼척·대천·화엄사 등 동서남북 골고루 다녀왔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스토리북만 10권이 넘는다. 임채원(서울 목동중 2)양과 임승빈(서울 서정초 4)군은 “아빠와의 추억이 많아 좋다”며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2005년부터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도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가족 여행을 다니려고 노력한다. 아이와 소통하고 아빠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길을 잃었다가 찾아가는 과정에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가르칠 수 있고, 여행 온 다른 가족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워줄 수도 있다. 함께 여행을 계획하면서 아이들은 준비성과 추진력을 배운다. 아빠가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모습을 보며 남자와 여자의 역할과 차이점에 대해 알게 된다.

 임씨는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다. 같이 공원을 산책하거나, 집에서 공을 주고받는 것처럼 사소한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체육활동으로 자녀와 소통

 우상근(45·서울시 서초동)씨는 서초아버지회 회장을 맡고 있다. 서초초등학교 재학생들의 아버지 모임이다. 80여명의 회원들이 분기별로 가족산행·별빛독서·부자녀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버지가 나서면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슬로건 아래 자녀와의 소통을 원하는 아빠들이 모였다.

 매월 1·3·5번째 토요일에는 서울 서초초 운동장에서 아빠와 아이들이 축구·배드민턴과 같은 체육활동을 함께 즐긴다. 뛰어놀 공간이 없는 도시 아이들에게 운동장을 돌려주려고 시작된 활동이다. 아빠와 아이들은 함께 운동하며 체력을 키운다. 스킨십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친밀감도 상승한다. 우씨는“아빠가 학교에 자주오니까 아이들이 자신감도 생기고 학교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또 “더구나 요즘에는 초등학교에 여자 교사들이 별로 없어 아빠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모임에선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견도 나눈다. 우씨는 “이런 모임이 중·고교에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모임을 통해 아빠들이 더 많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허용적인 태도는 오히려 독

 인터넷 카페인 ‘아빠놀이학교(cafe.naver.com/swdad)’에서는 2200여명의 아빠들이 아이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의논하고 공유한다. 여기엔 놀이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아빠놀이학교 권오진(51) 교장은 “유아 때는 놀이가 곧 소통이고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빠가 지나치게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면 아이에게 주도권을 뺏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보연 아동·가족 상담센터 이보연 소장은 “초보 아빠들이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계획 없이 외출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아빠가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돈만 쓰고 아이와의 원활한 상호작용에는 실패한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남자의 장점도 보여주지 못한다. 이런 아빠는 가정에서 엄마가 야단 칠 때도 아이를 두둔하며 집안의 규칙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 소장은 “아빠만의 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자칫하면 아이가 버릇없게 자라거나 학교나 사회의 규칙을 무시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놀이를 할 때 시간과 규칙을 정해놓아야 한다. 아이가 지나친 것을 요구할 때는 단호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1등 아빠 되는 방법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아빠와 아이만의 시간을 자주 만든다.
-아이가 어떤 질문을 하든 성실하게 대답한다.
-아빠와 아이만의 비밀 약속을 만든다.
-머리 쓰다듬기처럼 신체접촉을 최대한 많이 한다.
-하루 1분이라도 아이와 대화를 시도한다.
-놀이 할 때는 일부러 져주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사소한 규칙과 약속을 지키도록 유도한다.
-지나치게 허용적인 태도는 삼간다.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미안해’라고 말한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주 칭찬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놀이를 익힌다.

[사진설명] 임대순씨는 아빠표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자주 가족여행을 떠난다. 임씨 가족이 중국 여행을 앞두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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