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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계 이름, 어떻게 읽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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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호 28면

개그콘서트 ‘9시쯤 뉴스’의 김지민 기자는 실수가 잦다. 이런 식이다. “이 좀비PC는 또스(DDoS) 공격을 일으켰던 악성 코데(code)가 원인이라는데요.” “통계청은 지난해 실시한 시옷미음(人口)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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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경제기자’라는 타이틀을 배신하는 리포팅이 웃음의 포인트다.
그런데 ‘어떻게 읽을 것이냐’는 김 기자에게만 닥치는 문제가 아니다.

2007년 한 가요 시상식에서 빅뱅의 지드래곤이 입은 코트는 정말 멋졌다.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인 Ann Demeulemeester의 옷이었다. ‘앤’은 알겠는데, 뒷부분은 뭐라고 해야 하나. 드묄러메스터, 드멀메스터, 드묄미스터 등 그의 옷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제 나름대로 불렀다. 브랜드를 공식 수입한 한섬은 ‘앤 드뮐미스터’로 표기하고 있다. 이런 난해한 사례가 아니어도 외국 브랜드를 어떻게 발음하느냐는 쉽지 않다. 비영어권 브랜드라면 더욱 그렇다.

특히 시계 브랜드는 간단한 게 없다. 시계의 고향인 스위스는 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어·로만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아닌가. 물론 스위스 태생이어도 롤렉스(Rolex)나 오메가(Omega)처럼 곧이곧대로 소리 나는 정직한 브랜드도 있다(두 브랜드가 대중 명품으로 인기를 끄는 데 쉬운 이름도 한몫했다고 본다). 하지만 대부분은 써 있는 대로, 영어식으로 읽어서는 답이 안 나온다. Breguet(브레게), Blancpain(블랑팡)은 짧기라도 하지 Vacheron Constantin(바쉐론 콘스탄틴), Audemars Piguet(오데마 피게), Ulysse Nardin(율리스 나르덴), Jaeger-LeCoultre(예거 르쿨트르), Girard-Perregaux(지라드 페르고) 등은 난감할 따름이다(값지고 귀한 시계일수록 이름도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A Lange & Shne(아 랑게 운트 죄네)는 지난해 말 국내에 들어왔다. 드물게도 독일산이다. 마이바흐 버금가는 최고 브랜드라는데 읽을 줄 몰라 내 마음이 개콘의 김 기자 마음 같았다. 한국지사는 ‘랑게’와 ‘랑에’, ‘죄네’와 ‘죠네’의 중간 소리인 본토 발음을 한글로 표현할 길이 없어 본사와 협의 끝에 랑게 운트 죄네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현지 발음에 가깝게 옮긴 것들이 괄호 속 표기인 것이다. 재밌는 건, 이런 이름이 우리에게만 어려운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시계 사이트엔 아예 ‘How to pronounce those fancy watch words(멋진 시계 용어를 발음하는 법)’라는 현지인 발음 청취 코너가 마련돼 있다.

‘시계의 로망’을 품고 있다면 이름쯤은 제대로 알면 좋지 않을까.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를 잘 몰라도 맛 좋은 와인이지만 알고 마시면 혀에 더 착 달라붙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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