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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수사 ‘금호 집안 다툼’으로 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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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부장 차맹기)는 계좌 추적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계좌가 나옴에 따라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금호석화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본사와 계열사, 협력업체 등의 계좌를 조사하고 있다. 의심스러운 계좌를 들여다보고 있고 차명계좌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2009년 박삼구(금호아시아나), 박찬구(금호석화) 회장이 경영권 다툼으로 ‘형제의 난’을 벌이기 전에 금호석화의 협력업체가 개설한 차명계좌 10여 개 중에서 금호아시아나 측 자금이 오간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를 수사나 내사 대상으로 보고 있진 않지만, 상식적으로 한 몸이었기 때문에 추적하는 수많은 계좌 중에 아시아나와 관련이 없다고 장담할 순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확대되면서 형제 간 다툼이 다시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는 최근 금호석화와 거래관계가 끊긴 협력업체 대표의 제보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업체 대표는 박삼구 회장과 절친한 관계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과 재계 일각에서는 “업체 대표가 박삼구 회장을 위해 일부러 관련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2009년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자사주를 매입했을 당시 금호아시아나 측이 금융감독원에 “투명하지 않은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제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5시간 동안 조사한 뒤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금호석화 수사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계좌가 발견되면서 이번엔 금호석화 쪽에서 ‘역제보’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협력업체 중 일부는 금호아시아나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환조사를 통해 단서가 나왔다면 의도적인 진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가(家)의 형제 간 다툼은 2009년 대우건설 인수로 금호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오자 박찬구 회장이 ‘형제가 동등한 지분율(10.4%)을 보유한다’는 황금비율을 깨고 금호석화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외부적으론 성공적인 계열 분리를 원한다고 하지만 양측 간에 소송이 끊이질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금호석화가 “아시아나 IDT(금호아시아나 계열사)에서 KT로 자료 서버를 이전하겠다”며 협조를 구했으나 아시아나 측에서 계약 위반이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 소송을 내기도 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비자금 부분은 처음부터 자신이 있었다”며 “검찰이 금호석화 조사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니까 수사 방향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지금까지 검찰에서 조사받은 바가 전혀 없으며 검찰 조사에서 그런 내용이 나왔는지도 알지 못한다”면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효은·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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