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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난폭한 아이도 잠재우는 식단 있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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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 프로그램 수퍼키즈를 하면서 세 번째 십계명이 ‘뚱뚱한 아이는 폭력성이 있다’였다. 성공한 대중연예인이면서 인간성이 좋기로 소문난 MC중 한명인 정형돈씨는 쉽게 수긍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나로서도 소아비만을 폭력성과 연계시키는 부분이 라벨링(꼬리표, 딱지 개념)의 의미로 다가와 다소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소아비만과 정서장애를 넘어 적응장애나 약물관련행동장애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비만한 아동들은 사회적 반항장애를 가질 확률이 정상체중의 아동들보다 훨씬 더 높다. 더군다나 담배, 약물의존, 우울증, 양극성장애, 불안장애, 사회공포증,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식이장애 등에서 현격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하니 비만자녀를 둔 부모로서는 참담한 연구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미국 등의 서구사회는 한국에 비해 소아비만에 대해서는 더 일찍 홍역을 앓은 국가이고 그래서 더 많은 문제들에 조기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비만아동들의 공격성은 왜 길러지는가?

실제로 수퍼키즈 촬영 중 한 여아는 자신을 돼지라고 부르는 또래친구들에게 깊은 상처를 받고 있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상처가 적대심과 분노로 전화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이가 가진 억울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화병의 전구인자로 작용할 것이다. 아이들의 경우 어른에 비해 좋고 나쁜 것이 분명하므로 좋지 못한 정서적 자극은 아이의 마음에 트라우마로 남아 쉽게 화내고 분을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변할 우려가 있다.

왜 비만아동은 정상체중의 아동보다 쉽게 상처받는가?

가장 중요한 인자는 비만을 게으름이나 자기관리의 부재로 보는 사회적 편견의 만연이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 바로 비만아동의 마음을 지키고 보호하는 심리적인 제방뚝이 낮아지는 것이다. 제방뚝이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자존감의 저하와 긍정심을 강화시키는 뇌호르몬의 결핍에서 온다.

먼저 자존감의 저하이다. 외국의 연구에서 9-10세 아동을 관찰한 결과에 의하면 비만아동의 경우, 13-14세 시기가 되었을 경우에 심각한 자존감의 저하가 나타나며 비만한 것이 부끄럽다고 느낀 아동들은 정상아동들에 비해 우울증을 경험한 확률이 11.3배에 달하였다. 자존감의 저하는 조그만 외부의 공격에도 마음이 다치거나 닫히게 되는 우울증으로 전화되며 우울증은 다시 보상기전으로 폭식이나 과식을 불러일으켜 소아비만-자존감저하-우울증-과식 또는 폭식-소아비만의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긍정 뇌호르몬인 세로토닌의 결핍은 다양한 기전으로 설명되고 있다. 비만아동들이 가지는 잘못된 식습관은 긍정 뇌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원료공급에서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풍요속의 빈곤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최근 노르웨이의 라구노바 박사 연구팀은 ‘비만이 비타민 D 부족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런데 이 비타민D는 행복감이나 우울감을 좌우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밀접한 영향관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식탐이 만들어내는 식탐-포식-우울의 우울증강화 연쇄고리이다. 즉 식탐이 포식을 일으키지만 포식은 다시 금단이나 의존증상을 강화시켜 더욱 더 큰 우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만 어린이는 정서적 허기, 심심함이나 우울감, 즉 세로토닌 부족을 식탐으로 푸는 경향이 더 높아지며 이 문제는 비만아동이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비밀의 열쇠이다.

나는 수퍼키즈 아동들에게 심리치료와 더불어 자기효능감 증대를 위해 자기주장훈련과 자기칭찬요법을 쓰고 있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변화프로그램을 수행하려면 가장 중요한 내적 자원이 자기효능감이다. 자기효능감은 어려운 일에 맞닥뜨리더라도 계획적으로 실행하고 성취할 수 있는 자기조절, 계획 능력이다. 소아비만 어린이들의 변화프로그램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효능감의 증대이다. 자기효능감은 단 번에 신장될 수 없다. 단 자기효능감 증대를 위한 정석 로드맵은 있다.

사소하고 작은 일부터 아이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스스로 계획, 수행하도록 끊임없이 자극하고 이끌어주는 것이다.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이나 사건들에 아이들을 동참시키고 일정 역할을 분담시킨다. 단, 간섭이나 섣부른 조정은 금지다. 관리자는 단지 멘토나 조언자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성취한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칭찬과 격려하고 보상해준다.

주당 적어도 5회 이상 작은 과제를 제시하라. 단, 음식이나 물질적 보상보다는 정신적인 위로나 애정표현이 더 큰 보상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하라. 창의적인 과제일수록 효과는 크다. 가령 화장실 벽 장식, 각 방의 명패 만들기, 거실 꽃꽂이 장식 같은 다양한 창의적 과제를 마련한다. 더불어 스트레스가 적은 건전한 야외활동은 건강하게 세로토닌 양을 늘리는 방법이다. 건전한 세로토닌의 증대 방법들은 부정적인 세로토닌 보충법인 음식의존을 막는다. 이러한 자기변화프로그램은 약 3개월 정도 만에도 놀라운 신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자기효능감의 증대는 비만관리 뿐만 아니라, 학습 발달, 인성 개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

수퍼키즈 성격을 좋게 하는 식단원리

첫째, 비만한 아이가 짜증이 많고 난폭해지는 큰 이유는 혈당 롤링 현상 때문이다.
따라서 마치 당뇨병 관리처럼 비만한 아이도 혈당 곡선이 요동치지 않도록 당지수가 낮은 식사, 규칙적인 식사, 건전한 간식을 적절히 공급해야 한다. 특히 인스턴트음식은 칼로리만 높고, 평온한 기분을 유지하게 하는 세로토닌이 분비되도록 하는 비타민D와 단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금해야 한다. 또 과자나 음료수에 든 각종 유해한 첨가물들은 아이의 난폭함을 자극할 수 있으니 역시 금해야 한다.

둘째, 기름기가 빠진 건강한 단백질 식사로 뇌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한다.
성장호르몬, 멜라토닌, 세로토닌 등 정신건강을 돕는 유익한 호르몬들은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단백질 하면 육류를 떠올리기 쉽지만 채식 위주의 식생활로도 충분한 단백질 공급이 가능하다. 가령 현미밥에는 충분한 단백질이 들어 있다.

셋째, 단순당이나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혈당 롤링 현상을 심화시킨다.
탄수화물을 섭취한 직후는 기분이 좋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저혈당이 오고 이로 인해 기분이 갑자기 나빠진다. 탄수화물 섭취에 항상 유의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혈당 공급에 악영향을 미치는 단순당 섭취는 하루 25g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현미나 통밀 등의 정제되지 않은 곡류로 복합당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소금 중독은 폭식증과 비만으로 우울증의 중대 원인이므로 저염 식단을 준수한다. 즉 하루 소금 섭취량을 4g 이하로 한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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