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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학습계획서 항목별 우수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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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고교 입시 시행계획안이 최근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형에도 자기주도학습계획서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합격자들의 계획서 작성 기간은 평균 8개월(2010년 11월 합격자 1000여 명 대상 하늘교육·중앙일보 MY STUDY 공동조사 결과)이었다. 지금부터 계획서를 쓰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입학사정관과 입시 전문가들이 지난해 좋은 평가를 준 계획서를 항목별로 분석했다.

지원동기와 자기주도학습과정, 진로계획

1. 우연히 지방의 의료시설에 간 적이 있다. 지역 병원의 시설이 너무 열악한 것을 보고 의료 경영인의 꿈을 가졌다. 한국의 의료 경영인에 대한 인식은 아주 척박하다. 이 학교의 도움을 받아 의료경영인으로서 한국의 의료 환경을 바꿔보고 싶어 지원을 결정했다. -상산고 합격

2. 내가 막 태어났을 때 어머니에게 정신분열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5살 무렵에는 나에게마저 위협을 주는 어머니를 보고 충격으로 자주 악몽에 시달렸다. 어릴적부터 외조부모님과 함께 살던 중 초등학교때 용기를 내 어머니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공포의 대상이 아닌 가엾고 정 많은 사람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나와 대화를 시작한 후 차츰 상태가 나아졌다. 그리고 정신과 선생님의 치료도 시작됐다. 이후로 어머니를 위해 정신과의사라는 꿈을 머리와 마음속에 담고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나고 합격

3. 합격 후 1학년 때는 일본어 회화반에서 실용일본어를 배울 것이다. 2학년 때는 이 학교 JLPT(일본어 능력시험)대비반에 들어가 2급을 따고 방송부에서 일본어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 OO대학 언론정보학과에 진학해 방송국에 취직한 후 20대에는 조연출, 30대에는 느낌표 같은 시사예능프로그램 제작, 40대에는 북극의 눈물처럼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 -안양외고 합격

4. 몇 달을 고민하다 학교 설명회에도 참석해 보고, 학교를 직접 방문해 1인 2기 프로그램이나 논문지도과제 연구, 다양한 동아리활동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 이 학교지원을 결정했다. 사람들을 보다 영향력 있게 도울 수 있는 저널리스트가 꿈이다. 글로, 사진으로 사람들을 웃고 울게 하는 브레들리 트레버 그리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고 합격

전문가 해설 진정성 있고 구체적인 지원동기와 학습목표가 좋은 평가를 받은 사례다. 2번 학생을 평가한 하나고 전경원 교수학습실장은 “학생이 좀 더 평온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면 현재보다 훨씬 우수한 학업성취를 보였을 것”이라며 “자신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왜 자신이 정신과 의사의 꿈을 꾸게 됐는지 진솔하게 기술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합격이유를 밝혔다.

봉사·체험활동

1. 선배가 후배들을 가르치는 선배튜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게 기억에 남는다. 가끔 딴청을 피우는 후배를 보며 이런 경험을 통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가르치는 것의 중요성과 교사의 마음가짐, 자격 등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외고 합격

2. 중2때부터 ‘OOOO’ 가족봉사단에서 매월 활동을 하고 있다. 탄천의 생태계 보호를 위해 돼지풀과 같은 위해식물의 분포를 조사하고 제거하는 활동이다. 이 활동으로 주변 생태계가 얼마나 큰 혼란 속에 있는지 배웠다. 적은 예산으로 환경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NGO를 돕고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외고 합격

3. 공부방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내 또래의 많은 아이들이 이 활동을 계속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고교에 입학해도 이 활동만큼은 계속 할 것이다. 별도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보고 안타까웠다. 영어와 일본어를 더 많이 배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대원외고 합격

4. 중학교 3년 내내 학교에서 교통지도와 급식지도를 맡았다. 음식물 튀기고 식판 거꾸로 놓는 학생들 때문에 속상했지만 영양사님에게서 위생장갑 빌려 끼고 식판을 직접 받아준 후부터 학생들 행동이 달라진 것을 보고 뿌듯했다. 열심히 한 덕에 신임을 얻어 교통 도우미활동도 하게 됐다. -안양외고 합격

전문가 해설 이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연관된 봉사활동을 선택해 지속적인 활동 내용을 보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양외고 정남환 입학사정관은 “봉사·체험 활동 중 어려움을 당했을 때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속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자신의 변화된 모습과 성숙한 목표의식을 보여준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서 경험

1.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을 읽었다. 마케팅기본요소 외에도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그에 맞춘 제품을 기획하는 감성마케팅이라는 분야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목표도 마케터로 바꿨다. -대원외고 합격

2. 렌세이 나미오카의 『큰발 중국아가씨』가 나에겐 가장 중요한 책이다. 귀족집안 출신의 주인공 아이린은 자유로운 삶을 위해 전족을 거부한다. 남들이 모두 ‘예’라고 할 때 과연 나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다채롭게 꾸며나가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 -경기외고 합격

3.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꿈을 바꿨다. 제대로 임금도 받지 못하고 굶어가며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해결해 주고 싶다. 비록 오래전 이야기지만 세계에는 아직 이런 삶을 살아가는사람들이 많다. 세계적인 환경 사업을 통해 어려운 사람도 돕고 환경도 지키는 환경기업가가 꿈이다. -하나고 합격

전문가 해설 독서기록은 자신의 삶에 변화를 준 책이나 자신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책을 쓰는 항목이다. 자신의 목표를 바꾸게 한 책을 사례로 들고 그 책 내용 중 자신의 생각을 바꾸게 한 문장이나 표현, 읽고 난 느낌 등을 쓰면 된다. 경기외고 김경아 입학홍보과장은 “독서기록 항목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면 안된다”며 “단순히 내용을 요약하는 것도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진정성, 구체성, 지속성 등이 중요 요소

 하나고 전경원 실장은 자신이 지원하는 학교에서 왜 자신을 선발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소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중학교 3학년 수준에 맞는 표현과 경험을 솔직하게 기술하라고 주문했다. 안양외고 정남환 사정관은 유의미성, 진정성, 자기주도성을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꼽았다. 또 지속적인 과정이 내용에 드러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주도학습계획서의 내용을 토대로 학생을 평가하고 여기서 미비한점을 면접에서 물어보는 방식으로 전형이 진행된다”며 “면접에서는 인성의 성숙도와 꿈과 비전, 열정을 지닌 내면을 파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생활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사례가 좋은 점수를 얻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외고 김경아 과장은 “막연한 계획이나 일반적인 지원동기는 쓰지 않는 것만 못하다”며 “지나치게 남의 도움을 받아 계획서를 작성하면 생활기록부 내용과 괴리감이 생겨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표절 검색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도입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입시 전문가인 메디치연구소 조훈 대표는 “차별성 있는 내용에만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자신을 과도하게 꾸미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중학생 수준의 경험과 거기서 생긴 변화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목표는 어차피 차별성을 갖기 힘들다. 독특한 직업이나 꿈이 가산점을 얻는 것도 아니다. 독서항목에서도 너무 어려운 책이나 심오한 내용을 적으면 면접 때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을 수 있어 피해야 한다.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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