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벽 없는 최현, MLB ‘안방 벽’도 허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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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호 20면

올 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유일하다. 그러나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선수는 한 명 더 있다. 최현(23·LA 에인절스)이다. 최현은 미국 이민 3세대다. 부모(최윤근·유은주)가 모두 한국계다. 최현의 아버지 최윤근씨는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최현의 양할아버지인 애드리언 콩거는 손자가 전설적인 홈런왕 행크 애런을 닮기를 바라는 뜻에서 행크라는 이름을 지었다. 최현의 또 다른 이름이 행크 콩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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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때 야구를 시작한 최현은 2006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25번째로 에인절스에 지명됐다. 키 1m85㎝·몸무게 100㎏의 체격에 스위치히터(양손잡이 타자)라는 게 장점이었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타율 3할을 친 최현은 올해 주전 포수 마이크 나폴리가 이적하면서 기회를 잡았고 개막 엔트리(25명)에 들었다. 시범경기 부진으로 첫 네 경기는 벤치를 지켰지만 지난 6일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쳐 화려하게 데뷔했다. 16일 현재 타율 2할3푼5리·1홈런·2타점을 기록 중이다. 빅리거로서 큰 걸음을 내디딘 최현에겐 돋보이는 점이 하나 더 있다. 포지션이 포수라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동양인 포수는 일본 국가대표 출신 조지마 겐지다. 조지마는 2005시즌 뒤 미국행을 선언했다.

그러나 쉽게 풀리지 않았다. 영어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언어를 이유로 조지마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를 영입한 시애틀 매리너스도 입단과 동시에 그에게 영어와 스페인어 교사를 붙였다.

포수는 다른 야수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크다. 투수와 포수 사이에서는 공만 오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뛰어난 포수는 투수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안다. 물론 그 기반은 대화에 있다.

조지마의 미국 생활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못한 큰 이유 역시 ‘언어’였다. 조지마는 2006년 타율 2할9푼1리에 홈런 18개를 때리며 성공적인 첫 해를 보냈다. 구단은 그에게 3년 재계약을 안겼다. 그러나 조지마가 포수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선발투수 제로드 워시번은 조지마의 투수 리드에 대놓고 불만을 표시했다. 에릭 베다드 역시 조지마와 배터리를 이루기 싫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유는 소통의 어려움이었다. 결국 조지마는 2009년 주전 포수자리를 빼앗겼고, 계약이 1년 남은 상태에서 일본 복귀를 결심했다. 실력보단 언어와 문화의 벽이 그의 꿈을 가로막았다.

지금까지 한국인 중엔 권윤민 이후 여러 명의 선수가 메이저리그 포수에 도전했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들 역시 언어의 장벽에 부딪혔다. 지난해 캔자스시티에 입단한 신진호는 영어를 전혀 못 하는 상태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1년을 보낸 신진호는 “통역 없이 투수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의견 대립을 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최현의 성공 가능성은 그래서 더 커 보인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신수를 만났을 때 그의 첫마디는 “형”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하는 최현의 성장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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