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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이상 10명에게 장수비결 묻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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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3일 오전 8시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의 한 농가에서 부부가 아침상 앞에 마주 앉았다. 찬은 물김치·찌개·콩나물무침 세 가지다. 찌개는 고등어에 무시래기를 넣어 만들었다. 밥에는 검은 쌀과 흰 쌀, 콩이 섞여 있다. 백발의 할아버지는 맛을 음미하듯 음식을 천천히 씹었다. 올해로 만 102세(1909년생)인 이유태 할아버지다. 부인 김정임 할머니는 83세.

 할아버지 식사량은 두어 숟갈 정도밖에 안 됐다. 자세는 청년처럼 꼿꼿하다. 얼굴에 주름이 많지 않고 피부도 맑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들깨·배추·콩·파·상추 등의 밭 농사 일을 한다.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이 밭 가는 것만 해주고 나머지 농사는 내가 한다”고 말했다. 마을 이장 구명회씨는 “100살 넘은 어르신이 곡괭이질을 하고 지팡이 없이 산보하시는 걸 보면 진짜 놀랍다”고 말한다.

 이씨 할아버지처럼 100세가 되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2004년 445명에서 지난해 904명으로 4년 만에 두 배가 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등록 기준 2월 말 현재 100세가 넘은 이들은 2862명이다. 그들의 장수 비결은 뭘까. 본지가 백세인 10명(할머니 7명, 할아버지 3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보건복지부의 추천을 받아 전국에서 골고루 추출했다.

 이들 10명의 대표적인 특징은 이유태 할아버지처럼 소식(小食)을 하고 채소를 즐긴다는 점이다. 또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농부 출신이 많다.

평생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이 많다.

백세인 10명 모두 소식을 했다. 일부는 평생 적게 먹었고 나머지는 60세 넘으면서 약 40년간 그리해왔다. 서울 관악구 장옥순(103) 할머니가 유일하게 상대적으로 식사량이 많은 편이었지만 그마저 보통 사람보다는 적었다. 즐기는 음식은 나물과 채소가 압도적으로 많다. 8명이 그렇다. 전남 목포의 문옥례(101) 할머니는 삶은 나물을 즐긴다. 서울 관악구 곽명칠(101) 할아버지는 삶은 나물뿐 아니라 상추·양배추·배추 등 생채소를 좋아한다. 생선을 즐기는 사람은 3명으로 생각보다 적었다. 정소남(101·경북 포항) 할머니는 삶은 고기를 즐긴다. 특이하게 권수영(100·서울 관악구) 할아버지는 삶은 계란을, 장옥순 할머니는 계란찜을 매일 먹는다.

 농사일을 했거나 지금도 하는 사람이 6명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각각 3명이다. 김인옥(100·제주도 한경면) 할머니와 이유태 할아버지는 지금도 소일거리 삼아 농사를 짓는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백세인의 특징이다. 박복순(101·충북 청주) 할머니의 손녀 강은정(44)씨는 “할머니는 운동은 정기적으로 안 하시지만 평소에 많이 움직이신다”며 “지금도 가급적 앉아 있지 잘 눕지 않는다”고 말했다. 곽명칠 할아버지는 시골에서 보내온 지푸라기를 이용해 짚신 등을 만드는 취미가 있다.

 10명 중 급한 성격은 한 명도 없다. 온화하고 긍정적이고 느긋한 성품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권수영 할아버지 며느리 이숙랑(69)씨는 “아버님은 말씀도 직선적으로 하시고, 원하는 일은 바로 해버리는 호탕한 성격”이라며 “머리에 넣어놓고 신경 쓰거나 끙끙 앓는 게 없다”고 말했다. 평생 술·담배를 안 한 사람이 8명이나 된다. 할아버지 두 명은 각각 30년, 50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 7명이 종교를 갖고 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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