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법당국서 아시아인 최고위직 빅터 송

중앙일보

입력 2011.04.14 00:26

업데이트 2011.04.14 00:44

지면보기

종합 31면

“탈세범죄가 갈수록 국제화함에 따라 세무당국 간 국제공조도 절실해졌다.”

 미국 국세청(IRS) 범칙수사국(CI) 빅터 송(사진) 국장의 진단이다. CI는 사법권을 가진 미 국세청 내 유일한 탈세 수사기관이다. 미 국세청에서 서열 3위로 꼽히는 이 조직의 수장인 송 국장은 미연방수사국(FBI)을 포함한 30여 개 사법당국을 통틀어 최고위직에 오른 아시아인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세무당국 간 국제공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 국세청과도 ‘동시범칙조사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을 통해 한·미 국세청은 국제적인 탈세조사에서 실시간으로 정보 및 자료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그는 12일(현지시간) 뉴욕 한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요즘 현금 거래가 늘고 있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IRS도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이나 자영업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탈세 범죄의 최근 동향은.

 “국경을 뛰어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수많은 국가를 거치며 복잡한 거래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기 때문에 탈세범죄를 잡아내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그만큼 국제공조가 중요하다.”

 -내부신고를 활성화하는 조치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는데.

 “탈세를 자진신고 하면 형사입건을 면제해주고 과징금도 줄여주는 제도를 도입한 후로 1만8000건의 자진신고가 들어왔다. 자기가 다니는 직장이나 이웃의 탈세를 신고하면 추징금의 30%를 상금으로 주는 내부고발제도도 도입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탈세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는 만큼 이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이민 3세인데 가족은 어떻게 되나.

 “외할아버지와 할아버지는 1906년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려고 이민을 왔다. 두 분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돈을 벌어 독립운동 자금을 보내기도 했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일본군의 진주만 폭격 후 바로 군에 입대해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다. 종전 후 고향에 돌아와 사업을 하다 한국전이 나자 다시 전쟁터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평범한 시민이었지만 용감한 애국자이기도 했다.”

 -국세청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보면서 정의를 세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버지도 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용기를 북돋워줬다. 처음부터 국세청 수사기관인 CI에 지원한 건 이 때문이다. 81년 국세청에 들어온 후 29년 만인 지난해 CI 국장에 올랐다.”

 -CI의 수사관은 직업으로서 어떤가.

 “젊은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탈세범죄를 찾아내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울 때마다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미 국세청 범칙수사국(CI)=1919년 국세청 내에 창설된 독립 수사기관. 1930년대 시카고 갱단 두목 알 카포네를 탈세와 자금세탁 혐의로 감옥에 보내면서 명성을 얻었다. 미국 내 26곳과 전세계 10곳의 지부에 42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