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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는 쌀, 키 크는 쌀… 놀라운 쌀의 진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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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은 곡우(穀雨)다.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절기다. 선조들은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 가물면 흉년”이라고 믿었다. “유월 장마는 쌀 창고, 칠월 장마는 죽 창고”라는 속담도 있다. 음력 6월의 장맛비는 늦은 모심기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필요하나 벼 이삭이 피는 시기인 7월의 장마는 벼농사에 해롭다는 뜻이다. 가을에 비가 자주 내리면 벼가 잘 익지 않고 푸석푸석해진다. 논에 심은 벼가 가을에 익어 가면 농부들은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며 행복해한다.

쌀은 밀·보리와 함께 세계 3대 곡물 중 하나다. 세계 인구 3명 중 1명(약 30억 명)이 쌀을 주식으로 한다. 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 비율은 의외로 낮다(10%).

우리 민족이 쌀을 주식으로 본격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통일신라시대부터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원은 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 청원군 소로리 구석기 유적지에서 출토된 볍씨는 세계 최고(最古)다. 서울대와 미국 지오크론 연구소의 연대 측정 결과 약 1만3000~1만5000년 전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엔 쌀밥이 ‘부의 상징’이었다. 평소에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음식이 아니고 명절·제삿날 등에나 먹는 특식이었다. 그러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소비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1970년엔 1인당 연간 136.4㎏을 먹었으나 98년 100㎏ 벽이 깨진 데 이어 지난해엔 72.8㎏까지 감소했다.

반면 질적으론 진화를 거듭했다. 소비자의 관심이 포만감→맛→건강 기능성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한때 쌀은 ‘살찌게 하는 곡류’로 오인됐다. 이런 인식과는 정반대인 다이어트 쌀(고아미 2호, 3호 등)이 출시됐다. 비밀은 일반 쌀보다 3배 이상 많은 식이섬유에 있다. 식이섬유는 장내의 당·중성지방과 숙변을 체외로 배출시켜 변비 예방과 체중 감량을 돕는다. ‘고아미 2호’를 50% 섞어 지은 밥을 먹은 비만환자의 식사 후 혈중 중성지방 함량이 식사 전에 비해 평균 30%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오세관 박사).

‘키 크는 쌀’도 나왔다. 이 중 하나인 ‘하이아미’의 경우 성장을 돕는 필수 아미노산이 일반 벼에 비해 30% 이상 들어 있다. 그러나 이런 쌀을 장기간 섭취한 사람의 키 성장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칼슘·철분 등 한국인이 권장량보다 적게 섭취하는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미네랄 쌀(고아미 4호)도 선보였다. ‘고아미 4호’(백미 상태)엔 일반 쌀에 비해 칼슘·철분·칼륨·아연 함량이 50% 이상 많이 들어 있다.

컬러 쌀과 코팅 쌀도 사람들이 쌀 하면 먼저 떠올리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컬러 쌀(유색미)의 색은 흑색·적색·녹색 등 다양하다. 대개 흰쌀(일반 쌀)과 검정 쌀의 교배를 통한 육종(育種)의 결과다. 흑색미(흑미)엔 검은 색소이자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다. 식이섬유 함량은 4~6%로 현미보다 높다. 녹색미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일반 쌀보다 25~75% 높아 어린이 성장발육에 효과적이다.

코팅(coating) 쌀은 물에 적신 일반 쌀에 색깔이나 웰빙 성분을 입힌 뒤 말린 것이다. 금박을 입힌 금쌀, 영지·아가리쿠스·동충하초 등의 버섯 추출물을 코팅한 버섯 쌀 등이 좋은 예다.
알코올 중독 치료 쌀과 우리 술 전용 쌀도 나와 있다. ‘밀양 263호’의 ‘약효’ 성분은 GABA다. GABA는 뇌세포의 대사기능을 촉진, 음주충동을 억제할 뿐 아니라 우울증·불면·스트레스 등 알코올 중독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 전용 쌀인 ‘설갱’은 일반 쌀에 비해 쌀을 불리는 시간이 짧고 이 쌀로 술을 담그면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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