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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글로벌화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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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연구개발의 글로벌화는 지난 세기 동안의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고 국가적 정책목표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도 이를 성취하기 위해 최근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 사업(World Class University)’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0년대에 이미 글로벌화된 국제 연구시스템에 진입했다. 즉 대학, 출연 연구소 등 대한민국의 연구주체가 해외 과학자들과 협력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한 시기가 90년대라는 뜻이다.

 최근 서지분석학(Bibliometrics)과 시스템이론(System theory)의 권위자인 레이데스도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석좌교수는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을 바탕으로 해 어떤 시스템의 불확실성 정도를 측정하는 T값을 개발했다. T값이 높아지면, 불확실성이 높아져 시스템 내 주체 간의 구조적인 관계가 허물어져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지 못한다. 반대로 T값이 낮아지면 시스템 내 주체 간 관계가 안정화되면서 시스템에 의한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레이데스도프 교수와 필자 등은 우리나라가 70년부터 2009년까지 생산한 SCI 저널 등재 논문 28만여 건에 대한 T값의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에 의하면 국내의 대학, 국·공립연구소, 기업 간의 공저만을 고려했을 경우 90년부터 2000년까지 급격하게 상승하고 2009년까지 비슷한 값을 유지한 것으로 측정됐다. 이 시기에 국내 대학, 국·공립연구소, 기업 간 협력만으로는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같은 시기 해외 공저자 논문을 포함시켜 T값을 측정하면 정반대로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즉, 이 시기에 해외 연구자 또는 기관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불확실성이 감소해 효과적인 연구협력 구조를 유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의 연구시스템은 90년대에 이미 글로벌 연구시스템에 진입해 해외 연구자와 중요한 협력관계를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은 국내의 대학, 국·공립연구소,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내 주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개발 협력의 활성화(산·학·연 협력정책 등)는 더 이상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국·공립연구소, 기업 또한 스스로 해외 주체에 눈을 돌려 적극적으로 협력 파트너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모대학 교수가 미국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교수는 새로운 실험 결과를, 기업은 엄청난 부의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해외 연구주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 국내외 연구주체들을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활성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권기석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