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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를 나라화폐로' 확산…에콰도르·아르헨등 중남미국 중심으로

중앙일보

입력

미국 달러를 자국의 법적 통화로 삼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에의 경제 의존도가 큰 중남미 신흥국가 사이에서 특히 활발하다.

가장 안정된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를 도입해 외환위험을 줄이고 교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목적이다. '자국화폐의 자존심' 보다는 '실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94년 멕시코 페소화 파동 때 유행처럼 번졌던 '달러라이제이션' 논의는 최근 에콰도르가 달러화 도입을 적극 추진하면서 또한차례 고개를 들고 있다.

◇ 거센 달러라이제이션 바람〓에콰도르의 마와드 대통령은 28일 "달러를 법적 통화로 공용화 하거나 아니면 페그제(고정환율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1월 중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에콰도르는 올해 자국통화인 수크레화 가치가 무려 64%나 떨어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아르헨티나의 신임 경제장관 호세 루이스 마치니아도 최근 "91년 이후 페그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헤지펀드의 환투기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만큼 아예 페소화를 폐지하고 달러로 전환을 고려중" 이라고 말했다.

미 달러화의 법적 화폐 도입은 이미 파나마.라이베리아 등 10개 국가에서 결정이 됐으며 캐나다.칠레 등 거의 모든 북미 및 중남미 국가들로 확산될 전망이다.

◇ 왜 달러라이제이션인가〓전세계가 단일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1백57개에 달하는 개별국가 통화의 경제적 의미가 점차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가들은 달러라이제이션을 통해 인플레와 금리를 미국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환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달러를 도입하는 국가들의 경제가 안정되고 대미 교역규모가 늘어나면 그만큼의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이 92년 세계은행 근무 시절부터 줄곧 달러라이제이션의 필요성을 주창해 온 점도 달러라이제이션 움직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 실제 도입까지는 높은 장벽〓가장 큰 장애물은 '화폐 주조(鑄造)세' 문제다. 예컨대 아르헨티나의 경우 화폐주조세를 폐지하면 매년 약 7억5천만달러를 손해보게 된다.

달러라이제이션을 반대하는 정치세력들이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놓아야 한다" 고 요구할 것이 뻔하다.

또한 자국 경제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뉴욕의 자본가들과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맡기는 모험을 감수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달러라이제이션을 채택하는 국가들의 금융 책임을 미국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다. 때문에 미 재무부는 최근 "일부 국가가 달러라이제이션을 도입하는 것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 이라는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 대두되는 '달러 - 유로 - 엔' 3각체제〓민간경제기관인 슈로더 이코노믹스의 수석연구원 로렌스 쿠드로는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세계무역규모를 증대시키기 위해선 미주는 달러로, 유럽은 유로로, 아시아는 엔으로 국제통화를 일원화해 나가야 한다 "며 "한국과 중국이 반대한다면 엔 대신 새로운 아시아 통화단위(Asian Currency Unit)를 도입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도 "지금이야말로 1(달러):1(유로):100(엔)의 환율을 고정시킬 절호의 기회" 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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