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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 증권사 해외 직접투자 첫 성공 … 190억 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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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우리투자증권이 자기 돈으로 해외 기업에 직접 투자해 수익을 거뒀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는 처음이다. 국내 증권사는 4~5년 전부터 해외 부문에 대해 자기자본투자(PI)에 나섰지만 금융위기 후 큰 손실을 내면서 크게 위축됐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대만의 3대 유선케이블방송사업자(MSO)인 TBC에 투자해 4년 만에 50%의 수익률을 올렸다. 우리투자증권은 2007년 영국계 펀드인 ICG, 일본 보험사와 공동으로 룩셈부르크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TBC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투자원금은 42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으로 386억원)로 최근 이 지분을 모두 팔아 19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이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 직접 투자해 성공적으로 수익을 거둔 첫 번째 사례다.

 우리투자증권 남동규 PE그룹장은 “국내 증권사가 해외 투자를 하려면 해외 네트워크와 협상 능력이 있어야 하지만 국내 증권사에는 이런 능력이 많지 않아 해외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투자 성공을 계기로 국내 증권사의 해외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는 2006~2007년 투자은행(IB) 업무를 확대하기 위해 PI 방식으로 해외 문을 두드렸다. IB를 키우기에는 국내 시장이 좁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선진국 시장은 세계적인 대형 IB의 벽이 너무 높았다. 동남아 등 신흥국에 투자를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네트워크가 부족해 현지 브로커를 통해 투자하는 등 주먹구구였다. 결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내 증권사는 큰 손실을 봤고 PI 방식의 투자는 흐지부지됐다.

 우리투자증권은 담당부서의 모든 직원을 ‘외인부대’로 구성하는 등 독특한 방식으로 PI 사업을 운영했다.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원, 국제변호사, 회계사, 외국계 은행 직원 출신 등 8명으로 팀을 꾸렸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그들의 전문성과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1년에 50여 건의 투자를 검토한 뒤 2~3건에만 투자했다. 많은 곳보다는 아는 곳에 집중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많은 곳에 투자했다간 부실화될 위험이 있는 데다 해외 부문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총투자는 7건, 1750억원이다. 그간 금융위기까지 겪었지만 아직까지 7건의 투자 가운데 한 건도 부실화하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의 사례는 국내 증권사 PI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 준 쾌거”라고 말했다.

 또 이 회사는 2009년 10월 채권단과 재무약정 상태에 있던 유진기업의 전환상환우선주를 PI 방식으로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 유진기업 자회사인 하이마트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유진기업의 재무 위험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면서 유진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라 우리투자증권은 큰 폭의 투자평가익을 얻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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