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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의 매력 발전소] ‘쟁이’ 이은미가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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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백지연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달라서 끌린다

그녀가 뛴다. 아니 펄펄 난다. 뛰기만 해도 숨이 찰 듯하건만 노래까지 부른다. 아니 소리를 뿜어낸다. ‘저렇게 뛰어대는 저 바닥은 콘크리트야, 아니면 나무 바닥이야?’ 난 뜬금없이 그게 궁금하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 그녀를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는 객석의 무리들. 열광하는 그들을 바라보다 나는 다시 펄펄 무대를 가르는 그녀를 본다.

그녀는 뜨거운 그곳에 산다. 나는 차가운 이곳에 산다. 그녀의 일은 열정의 일이고 내 일은 시사, 어쩌고 하는 차가운 일이다. 뜨거운 것은 차가운 것에 끌리고 차가운 것은 뜨거운 것에 끌린다. 나는 나와 다른 극지방에 사는 듯한 그녀가 좋다. 차가울 대로 식어진 내 머리가 가슴까지 식혀버릴라치면 그녀의 열정이 그리워 전화기를 든다.

 "유체이탈되는 느낌이야. 공중부양이라고 할까?” 밥상을 마주하고 앉은 그녀의 고개 각도가 옆으로 15도쯤 기운다. 무언가 생각하며 말할 때면 그녀의 고개는 옆으로 기울어진다. “유체이탈? 그게 어떤 느낌이지?” 그녀가 바로 받아 말한다. “음악은 소리를 전달하는 예술이잖아. 내가 꿈꾸는 소리가 분명히 있거든. 사라 본 같은 목소리 음…. 노래를 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선을 뛰어넘을 때가 있어. 그럴 때는 마치 공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간다고 할까? 진공 상태의 느낌! 한순간 내 몸을 흐르는 피가 빠져버리는 기분 같은 것…. 지금까지 몇 번 느꼈을까. 그게 너무 좋아. 그래서 계속 무대에 서는가 봐.” 기울었던 그녀의 고개가 제자리를 찾으며 그녀의 눈이 나를 바라본다. ‘이해하겠어?’ 라고 묻는 듯. 뜨거운 나라의 그녀가 나를 깨우자 내 가슴이 먼저 대답한다. ‘알아. 다른 빛깔일지 모르지만 나도 잘 알지.’ 차갑게 식어 있던 내 머리와 달리 가슴속 밑바닥에 꾹꾹 눌러두었던 뜨거운 그 무엇들이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은미

그녀도 쟁이, 나도 쟁이

유쾌하던 그녀는 어느 순간 진지해진다. “응, 나는 음악에 관해서 진지해. 그런데, 더 진지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미치게 음악이 좋았고 정말 죽을 만큼 노래하는 게 행복했기 때문에 그렇게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기서 그녀는 말을 멈춘다. 마음에 무언가가 또 차올라 오고 있는 중이다. 천장 한 번 바라보고 한 모금 목을 적신 그녀.

 “어떻게 표현할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정말 미치도록 좋아.”

 안다. 어떻게 표현할지 모를 만큼 가슴에 꽉 찬 열정을.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래서 쟁이인 것이지. 쟁이의 마음 나도 알아. 나도 내 일에서 쟁이이고 싶거든. 어디, 너와 나뿐이랴.

 “나는 그냥 가수야. 뮤지션. 이런 것 말고 그냥 가수. 그런데 가수라는 호칭 아무한테나 붙이지 말았으면 좋겠어. 가수는 무대에 설 때마다 노래해야 해. 진짜 노래.”

다른 듯 같아서 더 좋다

“내 목소리는 엄마로부터 온 것 같아. 아직도 엄마 등에 업혀서 들었던, 엄마가 흥얼흥얼 불러주시던 자장가가 기억이 나.” 그녀가 안 하던 소리를 한다.

 “잘 자라 내 아기~ ~이거?”

 “아니, 그게 아니고.” 그녀는 고개를 한 번 흔든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우리는 함께 크게 웃는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게 실컷 웃는다. 그리고 이내 각자 조용해진다. 각자의 마음에 숨겨놓은 고향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

 “그때 엄마의 등을 통해서 울리던 소리의 진동이 ‘내 음악의 전부’가 아닌가 생각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봄이다. 황사가 괴롭혀도 자연의 대재앙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해도 봄은 온다. 진짜 봄이 와야 할 그곳은 우리의 마음이다. 내 마음에 봄을 불러줄 매력적인 당신의 친구는 어디 있는가.

백지연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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