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도매시장에 시금치 등이 담긴 박스가 ‘폐기’라고 쓰인 채 쌓여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주변 도시에 이어 도쿄(東京)도의 수돗물에서도 유아의 음용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식품 오염 공포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관계기사 14면>관계기사>
도쿄도는 23일 “도내 정수장 한 곳의 수돗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며 ‘유아들에게는 수돗물을 먹이거나 수돗물로 분유를 타 먹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곳은 도쿄 동북부 가쓰시카(葛飾)구의 한 수돗물 정수장으로 방사성 요오드가 L당 210Bq(베크렐)이 검출됐다. 유아 음용 기준치(100Bq, 성인의 경우 300Bq)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이 정수장의 수돗물은 도쿄 23개 구와 도내 무사시노(武蔵野)·마치다(町田)·다마(多摩)·이나키(稻城)·미타카(三鷹各)시에 공급되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이날 자국민에게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잎채소(잎을 식용으로 하는 채소) 섭취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21일 후쿠시마·이바라키(茨城) 등 4개 현의 농산물에 대해 출하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 처음으로 ‘섭취 중단’ 권고를 내린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후생노동성은 후쿠시마현에서 재배된 브로콜리·시금치·양배추 등 채소 11개 품목과 이바라키현의 원유(原乳)·파슬리에서 허용치 이상의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간 총리는 이날 이들 품목에 대해 2차 출하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일 정부는 채소와 수돗물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이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한 건강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 오염과 관련, 일본 국민의 불안은 커져가고 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2일 일본의 방사능 피해지역(후쿠시마·이바라키·도치기·군마현)에서 생산된 우유·유제품·채소·과일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방사성 물질 유출로 일본산 식품의 심각한 오염이 우려될 경우에는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정부는 23일 김황식 총리 주재로 제1차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정현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