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에 부는 ‘넥타이 바람’ … 아이들이 더 좋아하네요

중앙일보

입력 2011.03.23 03:00

업데이트 2011.03.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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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8일 서울 서초동 서초초등학교에서 열린 아버지회 회의에서 양동직 회장(왼쪽)이 회원들에게 활동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초등학교 운동장. 이 학교 학생과 아버지들 40여 명이 편을 갈라 축구 경기를 하고 있다. 이 학교 ‘아버지회’ 소속 아빠들이 운동장을 빌리고 강사를 불러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강사로부터 한 시간 동안 몸풀기와 개인기를 배운 이들은 전·후반 20분씩 팀 대항전을 펼쳤다. 한 팀은 아버지와 아이들이 절반씩 채워지는데, 자녀와 아버지가 다른 팀에 배정받기도 한다. 한 아버지가 자책골을 넣자 다른 편 아이들이 환호했다. 여학생들은 운동장 한쪽에서 아빠들과 배드민턴도 즐겼다.

4년 전 발족한 이 학교 아버지회는 처음에는 운동회나 독서대회에 아빠들이 따라와 보조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새 학기 들어서만 이런 행사가 두 번 열렸다. 5학년 딸과 함께 참여한 고유창(42)씨는 “딸과 손잡고 운동을 하고 나면 친밀감이 높아진다”며 “딸도 학원 대신 토요일 행사에 아빠와 꼭 참석하고 싶다고 엄마를 조르더라”고 말했다.

 학교에 ‘넥타이 바람’이 불고 있다. 학교를 찾아 선생님을 만나는 등의 일은 ‘엄마 몫’이라고 여기던 데서 벗어나 교육현장에 아빠들의 발길이 잦아진 것이다. 직장생활로 바쁜 시간을 쪼개 학교를 찾는 아빠들은 학교에도 새 바람이 되고 있다.

 18일 서초초등학교 교실에서 열린 아버지회 모임에 넥타이를 맨 중년 남성 30여 명이 모였다. 이 중 10여 명은 올해 회원이 되겠다고 찾아온 이들이다. 4년간 아버지회에 300여 명이 가입했다. 분기마다 모여 산행대회나 1박2일 캠프를 준비한다. 6학년 자녀를 둔 김재용(43)씨는 “첫째 아이가 중학생이 되더니 아빠와 놀려고 하지 않는다”며 “더 늦기 전에 둘째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아버지회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이숙하 교장은 “요즘은 형제자매가 많지 않은데 아버지들이 나서면서 아이들까지 터놓고 지내게 되더라”며 “학생들이 몰랐던 형제애를 느끼는 장점도 있다”고 소개했다.

 아버지회 설립 움직임은 중·고교로 번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청중 신춘희 교장은 “아버지회가 생겨 활발히 활동하면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좋아지고 각종 행사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최근 학부모 총회에서 아버지회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들은 특히 남자 교사가 없는 학교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서울 종로구 매동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남자 교사가 없다. 그러자 아버지회 회원 20여 명은 지난해 운동회에서 여교사가 하기 힘든 만국기 걸기, 밧줄 나르기, 생활지도를 도맡았다. 1박2일 캠핑 프로그램을 짜서 아이들과 함께 별 감상도 했다. 교사들은 “아버지들이 자녀 문제에 허심탄회해 어머니보다 얘기가 잘 통할 때가 있다”고 귀띔했다.

 아버지들의 열정은 청소년 비행을 막고 자녀와의 교감을 넓히는 효과를 낸다. 강남구 신구중 아버지회에서 활동하는 황선진씨는 “게임에만 몰두하고 아빠와 말도 하지 않던 아들이 (내가) 학교 일을 돕는 모습을 보더니 마음의 문을 열더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전진석 학부모지원과장은 “맞벌이 가정이 많고 여교사가 많아지는 추세여서 아버지회를 장려할 계획”이라며 “아버지회 운영 우수학교 20곳을 표창하는 등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민상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아버지회가 하는 활동은

● 운동장에서 텐트 치고 캠핑하기

● 가까운 곳에서 산행하기

● 체육대회 등 학교행사 질서 유지

● 학교 주변 우범지역 순찰

● 기금 모아 장학금 전달

아버지회 활동 10계명

① 아이 교육을 무조건 엄마한테 맡기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② 아이들이 학교에 흥미를 붙이게 하려면 아빠가 나서라

③ 교사와 약간의 긴장감도 필요하다

④ 보조역할만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타내라

⑤ 기존 학부모회와의 갈등에 주의하라

⑥ 엄마들과 자주 대화하라

⑦ 주5일제를 적극 활용하라

⑧ 토요일에 열리는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하라

⑨ 축구·마라톤 등 회원들 주특기를 파악하라

⑩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라

도움말:매동초·서초초·신구중 아버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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