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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잠들기 전 3시간 '배를 비워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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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 비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공통된 골칫거리가 바로 야식이다. 즉 저녁식사가 끝나고 먹는 거의 모든 음식들이 살로 가니 극구 피해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 몸은 자기 전에 배를 채워주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물론 자기전에 음식을 먹으면 빨리 노곤해져 잠이 잘 온다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생성시키는 트립토판은 대개 단백질에서 얻어진다. 그래서 저녁에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멜라토닌 생성이 촉진되어 잠이 잘 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식사를 하면 우리 몸의 혈액들은 위로 집중되어 우리 머리는 일시적으로 노곤한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또 밤늦도록 깨어 있으면 아드레날린과 배고픔호르몬인 그렐린이 활성화된다. 음식을 먹어 그렐린호르몬을 잠재우니 잠도 잘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렐린 하나만 만족시키는 일일뿐, 우리 몸은 혹사시키거나 방치하는 습관이다. 그렐린 호르몬 하나에 몸을 맡긴 결과는 참혹하다.

그러나 정작 잠자기 전에 음식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밤에 먹도록 조건화되었기 때문이다. 밤에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밤에 먹을 수밖에 없게끔 몸의 환경이 바뀐다. 이것은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의 야간분비에서 힌트를 얻을수 있다. 보통 배고픔호르몬인 그렐린은 성장호르몬과 비슷한 뿌리를 가져 올라가는 시간이 비슷하다. 즉 정오부터 새벽사이에 피크를 그린다. 그런데 야식을 먹으면 안그래도 야간시간에 활성화되어 있는 그렐린의 기대본능을 더 강화시킬수 있다는 가설이다.

배고픔호르몬인 그렐린을 가지고 재미있는 연구를 한적이 있다. 아침밥을 먹는 사람과 먹지 않는 사람의 그렐린 농도를 조사해보았더니 규칙적으로 아침밥을 먹는 사람들의 경우 아침 식전에 그렐린이 정상적으로 올라가 있어 배고픔을 자극하는 반면 아침밥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그렐린이 작동을 멈추고 올라가 있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아침밥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아침이 되어도 별 밥맛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그렐린이 분비되어도 먹지 않는 것이 반복되면 그렐린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즉 먹지 않는 것이 일상화되다보니 배고픔 호르몬도 더 이상 허공에 대고 소리지르기를 멈춘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먹지 않아야 할 시점에 지속적으로 음식을 몸에 투입하면 그 시간쯤 되면 우리 몸도 자연스럽게 배고픔을 충동질시켜 먹고자 하는 욕구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추측할수 있다.

이토록 우리 몸도 야식에 조건화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야식을 한후 잠이 들면 설사 배가 든든해 잠이 잘 오더라도 우리 몸, 그 중에서도 위에서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위의 기능도 현저하게 저하된다. 게다가 신체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누워만 있으니 위의 기능은 거의 멈춘다. 위에다 음식을 꽉꽉 채우고 자면 위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위액만 계속 분비한다.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넘친 위액은 때로 기도까지 역류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류성 식도염이다.

밤늦게 먹고 바로 자는 습관은 그래서 매우 위험한 일인 것이다. 당연히 늦도록 깨어 있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럴 수 없다면 잠들기 전 3시간은 반드시 공복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허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면 우유 한 잔이나 가벼운 샐러드 한 접시 정도로 달래라. 우유는 멜라토닌 생성을 도와 잠을 잘 오게 만든다.

날씬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데에는 우리 몸에 아부하는 온갖 조건화의 모략에 맞설 결연한 실천들이 결집되어야 하는 것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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