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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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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의 시샘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봄이 느껴진다. 봄이 반가우면서도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졸음을 쫓느라 힘들다. 쉽게 피곤해지는 데다 입맛을 잃기도 쉽다. 이럴 때는 고운 색상에 눈이 즐겁고, 아삭한 식감에 입이 즐거운 꽃으로 밥상을 차려보자. 특별한 꽃밥상에 몸도 절로 건강해진다.

꽃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쓰임새

 “잎이 두꺼운 꽃은 대체적으로 떫고 쓴맛이 나요.” 꽃요리연구가 김현희 자연식생활문화원 이사장은 잎의 두께에 따라 꽃의 맛과 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잎이 두꺼운 꽃은 열에 강해 화전같은 기름 요리에 적합하다. 진달래가 대표적이다. 김 이사장은 “진달래의 쓴맛이 부담스럽다면 녹말가루를 얇게 입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샐러드에 쓰거나 오미자 국물에 넣어 화채로 먹으면 쓴맛이 덜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잎이 얇은 아카시, 베고니아, 분홍색 장미는 향이 향긋하고 단맛이 난다. 이런 꽃은 돌돌 말아 채썰기 한 후 샐러드에 고명으로 활용하면 좋다. 카네이션과 배추꽃 역시 달콤한 향과 맛이 난다. 카네이션은 붉은색과 노란색·분홍색 등 색이 다양해 케이크 등의 장식용으로도 자주 쓰인다.

 배추꽃은 살짝 데쳐 나물로 먹는다. 차와 술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장미는 색에 따라 향이 다른데 오렌지색은 복숭아 향이 나고 빨간색은 쌉싸래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특징이다. 국화는 은은한 향에 비해 쓴맛이 강한데 이럴 때는 3% 정도 농도의 소금물에 30분가량 담근다. 이어 녹말을 입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면 샐러드에 사용해도 될 정도로 맛이 순해진다.

봄내음 가득한 꽃엔 영양도 풍부

 꽃은 오래 전부터 식재료로 쓰였다. 김 이사장은 “조선시대에 삼짓날이면 부녀자들은 꽃다림이라고 해서 진달래를 따서 화전을 만들어 먹었고 임금은 나라에 공을 세운 이에게 꽃으로 빚은 술을 하사했다”며 “영양가가 풍부해 약으로도 쓰였다”고 전했다.

 색상이 화려하고 식감이 다양해 최근 식재료로 널리 쓰이는 미니 장미와 양란·팬지에도 저마다 담긴 영양이 다르다. 코트야드바이 메리어트의 오승우 수석주방장은 “미니 장미는 색이 고우면서 향이 은은해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며 “비타민 A·B·C·E와 니코틴산, 아미드 유기산, 안토시아닌이 들어 있어 봄철 건강 식재료로 손색이 없다”고 소개했다. 장미에는 항균 기능과 항알러지 효능도 있어 아토피와 천식·기관지염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쌉싸래한 맛으로 육류 요리에 어울리는 팬지는 이뉼린(다당류)과 안토시아닌·안톨류신 등이 들어 있으며 항염 효과가 있고 여드름 완화, 신경 안정에 도움을 준다. 아삭아삭 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의 양란은 감기와 기침·천식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예부터 차로 즐겨 마셔온 국화(소국)에는 비타민A, 비타민B1 등이 들어 있어 노화 방지와 숙취 해소, 이뇨 작용을 돕는다.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있어 수험생이나 직장인들에게 권할 만하다.

 꽃은 생으로 먹을 때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고 영양도 챙길 수 있다. 꽃에 열을 가하면 색이 변하고 향이 사라진다. 영양소도 파괴될 수 있으므로 샐러드나 초밥·김밥·주먹밥처럼 재료를 있는 그대로 사용한 요리가 좋다. 배탈이 나지 않도록 꽃은 한 번에 5g을 넘지 않게 먹는다.

강한 독성 때문에 못 먹는 꽃 있어

 꽃은 영양이 풍부하지만 독성도 강하다. 이때문에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꽃들도 있다. 철쭉꽃에는 그레이아노톡신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다. 은방울꽃과 디기탈리스, 동의나물꽃, 애기똥풀꽃, 삿갓나물꽃 등에도 독성이 있다. 독성이 없더라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암술과 수술, 꽃받침은 제거한 후 먹어야 한다. 식용꽃은 식재료인 만큼 재배지를 알 수 없는 것은 피한다. 농약뿐 아니라 매연 등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형 마트나 온라인 숍에서 유기농 식용꽃을 구입할 수 있다.

 꽃 요리를 즐긴다면 화분이나 작은 텃밭에서 직접 길러볼 만하다. 김 이사장은 “팬지, 카네이션, 옥잠화, 원추리, 미니 장미 등은 꽃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고 별다른 관리가 필요 없어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온가족을 위한 꽃멍게 비빔밥

멍게는 봄이 제철인 대표적인 해산물로 지방질이 거의 없는 데다 노화를 방지하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다. 그러나 특유의 비릿한 향이나 맛이 부담스러워 꺼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때 향이 강한 미니 장미를 활용하면 된다. 장미는 해산물의 비릿한 향을 없애 멍게 비빔밥 외에도 각종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린다. 제철을 맞은 냉이를 넣고 된장국을 끓여 함께 내면 훌륭한 봄철 영양밥상을 차릴 수 있다.

재료 비빔밥 : 쌀밥·메밀순·적메밀순·돌나물·비트순·브로컬리순·적양배추순 각각 10g, 식용꽃잎(양란·펜지·장미·국화) 5g, 멍게젓갈 50~60g(1인분 기준)
달래양념장 : 간장 1mL, 고춧가루·참기름·설탕 각 1작은술, 깨소금 약간, 물 20mL

만드는 방법
① 장미 등 식용꽃은 암술·수술·꽃받침을 제거하고 꽃잎만 물에 씻어 놓는다.(꽃을 활용한 모든 요리에 해당)
② 멍게젓갈을 잘 다져 갖은 양념(참깨 약간, 참기름 1작은술, 다진 파·다진 마늘 각 10g)을 해 준비한다.
③ 양념장 재료를 넣어 달래양념장을 만든다.
④ 그릇에 밥을 담은 후 그 위에 준비한 봄나물을 가지런히 담는다. 중앙에 멍게젓갈을 올린 후 꽃잎을 뿌린다.
⑤ 달래양념장을 넣어 골고루 섞어준다.

● 아이들을 위한 봄나물 꽃피자

베이컨·소시지처럼 도우 위의 뻔한 토핑이 지겹다면 꽃을 올린 피자를 만들어보자. 화려한 색상이 눈을 사로잡고 싱싱한 꽃의 향기와 아삭한 식감이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린다. 특히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양란은 도우의 부드러운 맛과 조화를 이룬다. 도우를 반죽할 때는 이스트의 활동을 위해 온수를 이용한다.

재료 피자도우(밀가루 강력분 100g, 드라이이스트·설탕 각2/3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온수 65mL, 올리브오일 1작은술), 토마토 소스 50g, 모짜렐라 치즈 80g, 허브(딜·스위트 바질·처빌·페퍼민트·파인애플 세이지) 10g, 식용꽃잎(양란·펜지·장미·국화) 5g

만드는 방법
① 밀가루(강력분)를 체에 내린 후 드라이이스트와 소금·설탕·온수를 섞어 반죽한다.
② 올리브오일을 부어 10분 정도 반죽한다.
③ 따뜻한 곳에 ②를 두고 45분간 숙성시킨다.
④ ③을 밀대로 밀어 동그랗게 모양을 만든다.
⑤ ④에 포크로 구멍을 낸 후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모짜렐라 치즈를 얹는다.
⑥ 180~200도로 예열된 오븐에 ⑤를 넣고 7~8분간 굽는다.
⑦ ⑥ 위에 식용꽃잎과 허브를 올린다.

● 남편을 위한 봄나물 장어구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기력이 약해졌을 때는 대표적인 보양식재료인 장어가 제격이다. 양념장을 발라 굽는 대신 봄나물과 꽃을 활용해 요리하면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돈다. 볶은 봄나물과 식용꽃은 장어 특유의 비릿한 맛을 잡아줄 뿐 아니라 비타민C가 풍부해 춘곤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봄나물을 볶을 때는 센불에서 볶아야 물이 생기지 않고 향도 유지할 수 있다.

재료 민물장어 1마리, 데리야키 소스 60mL, 생강채 50g, 허브(딜·스위트 바질·처빌·페퍼민트·세이지) 10g, 원추리·냉이·달래·봄동·유채나물·섬초 각각 10g, 식용꽃잎(카네이션·장미·펜지) 5g

만드는 방법
① 손질된 장어를 반으로 갈라 데리야키 소스를 양면에 바른 후 그릴에서 초벌구이한다.
② 다시 소스를 바른 후 뒤집어 주며 굽는다. (이 과정을 2번 반복한다)
③ 원추리·냉이·달래·봄동·유채나물·섬초 등 봄나물을 센불에서 살짝 볶는다.
④ 뜨겁게 달군 철판에 ③을 올린 후 ②에 데리야키 소스를 한 번 더 바른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올린다.
⑤ ④ 위에 허브와 식용꽃잎을 올린다.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촬영 협조=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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