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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올해의 차] 심사위원들 간 대화까지 제한 … 30여 대 신차 초 단위로 시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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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쪽지시험을 보는 기분이었다. 심사위원들 간의 대화가 제한돼 있었고, 서로의 평가표를 보여주거나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최 측인 중앙일보 담당자의 “이제 15분 남았습니다”는 말이 무겁게 들려왔다. 우리는 도장이 찍힌 네 장의 심사표에 점수와 이유를 나란히 적어야 했다.

 “총 250점을 6대의 차량에, 한 대에 꼭 100점을 주고, 나머지 다섯 대에 점수를 나눠주되, 60점을 넘지 않게….”

 서너 번을 들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배점 규칙도 쉽지 않았지만, 점수 옆에 배점에 대한 이유를 쓰는 것이 커다란 부담이었다. 옆자리 정준명 사장의 심사표는 깨알 같은 글씨로 채워지고 있었다. 무슨 이유를 그리도 장황하게 기입하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1시간20분이 흘렀고, 자문위원의 검사를 받은 후 심사표를 제출했다. 심사장 밖을 나서면서 모두들 기지개를 폈다. “아, 이제 다 끝났다!”

 이번 올해의 차 심사는 길고도 무거웠다. 말은 ‘심사’였지만 실제 분위기는 ‘시험’이었다. 중앙일보에서는 심사위원 명함까지 만들어 주긴 했으나 소집이 거듭될수록 심사위원이 아니라 ‘수험생’이 된 기분이었다. 인천공항 인근 호텔에서 하루 종일 진행된 1차 심사는 특히 분주했다. 심사 며칠 전부터 e-메일에 첨부돼 날아드는 자료를 모두 읽어야만 했다. 쉽지 않은 내용에 분량도 꽤 많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 읽을 문서가 아니었다. 시간을 내서 인터넷을 검색해 가며 탐독해야 했다. 1차 심사 당일은 오전 일찍 모여서 30대를 시승하고 21개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어야 했다. 대당 10분씩 시승하고, 업체당 10분 동안 들어도 여덟 시간이 넘는 분량이었다. 참석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잠시 귀국한 심사위원도 있었고, 자동차업체 관계자 100여 명까지 함께 한 행사여서 뭔가를 대충 넘길 수도 없었다. 오랜만에 정신 없이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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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차 행사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자동차였다. 30여 대의 신차를 한자리에서 보는 것도 흔치 않은데, 그걸 모두 몰아 볼 수 있는 자리였으니, 일본에서 해외 심사위원이 귀국할 만도 했다. 특히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어울림모터스의 스피라까지 시승차 대열에 끼어 있었다. 길에서 볼 수 없었던 아우디 R8 스파이더의 핸들을 잡았을 때는 사진을 찍어 바탕화면으로 쓰고 싶었지만, 모든 시승은 초 단위로 긴박하게 흘러갔다. 안주머니에 넣어간 사진기에 사진 한 장도 담지 못한 채 이번 올해의 차 심사는 많은 것을 남기고 숨가쁘게 지나갔다.

전 기아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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