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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군, 최신무기 총동원해 리비아 '오디세이새벽' 작전 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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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전쟁과 마찬가지로 토마호크가 포문을 먼저 열었다. 이라크전 등 지금까지 벌어진 대부분의 전쟁에서 토마호크가 적의 방공호와 레이더기지, 통신시설 등 주요시설을 선제타격해 무력화시킨 뒤 전면 공격에 나서는 수순을 밟아왔다. 리비아를 상대로한 군사작전도 이 과정과 똑같다. 리비아 공습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과 같은 대규모 군사작전이라는 얘기다.

미국과 영국 연합군은 20일 새벽(한국시간, 리비아시작 19일 밤) 지중해상에 배치된 핵잠수함과 구축함에서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와 제3의 도시인 미수라타 등을 향해 100여 발의 토마호크미사일을 발사했다. 공격목표는 이 일대 방공시설과 레이더 기지 등 20여 곳이다. 방공능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어 프랑스 전투기의 공습이 이어졌다. 이번 작전에는 이들 3개국 이외에 이탈리아·캐나다가 참여했다.

◇토마호크 발사는 전면전 개시를 의미=연합군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는 리비아에 대한 전면전이 개시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다른 미사일과 달리 토마호크의 전략적 선제공격 능력 때문이다.

한 발에 100만달러에 달하는 토마호크는 '미국의 창(槍)'으로 불린다. 정확성 때문이다. 전쟁 초기에 토마호크로부터 거점 공격을 받으면 전력의 절반 이상이 무력화된다. 이로 인한 혼란까지 감안하면 교전상대의 전투력은 사실상 모래알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실제로 2003년 3월 20일 이라크전 첫 날에만 320기의 토마호크를 바그다드에 쏟아부어 이라크를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로 몰아넣었다. 이후 대규모 이라크 함락작전이 본격화됐다.

윌리엄 고트니 미 합참제독이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이번 공격은 UN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하고 리비아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연합작전의 첫 모습일 뿐"이라고 한 것도 이런 전쟁수순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작전은 '오디세이의 새벽'으로 명명됐다. 미 항공모한 마운트 휘트니호가 지휘한다. 영국과 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함정 24척이 참가했다.
'오디세이 새벽'에는 토마호크 미사일 이외에 다국적군의 첨단 무기가 총동원된 인상이다.

이번 작전에는 유럽형 전투기가 대거 투입됐다. ▶토네이도(영국·독일·이탈리아 3개국 공동개발)▶유로파이터 타이푼(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공동개발)▶라팔(프랑스 다소 개발)▶미라주(프랑스 다소 개발) 등이 그것이다. 주·야간 구분없이 정밀타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이들 최첨단 전투기의 공격을 받으면 리비아군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사일 발사에 앞서 프랑스군은 19일 오후 (리비아 현지시각) 20여대의 라팔과 미라주 전투기를 리비아 영공으로 진입시켰다.

브라질 등 남미 3개국을 방문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직후 "무력사용
은 우리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면서도 "하지만 카다피가 국민들을 향해 '자비는 없다'고 협박하는데 손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리비아 인간방패로 맞서=리비아측은 대공포로 연합군에 맞서고 있다. 한 때 프랑스 전투기가 트리폴리에서 격추됐다고 주장했으나 프랑스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리비아 국영TV는 이날 리비아군 대변인의 발표를 인용해 "트리폴리의 민간 시설이 '십자군 적(crusader enemy)' 전투기들에 폭격당하고 있다"면서 서부의 주요 도시 미스라타에서는 연료저장 탱크가 피폭됐다고 전했다.

또 군 성명을 인용해 트리폴리 교외의 한 병원이 폭격 피해를 당했고 카다피 고향인 시르테와 벵가지, 미스라타, 주와라가 공격을 받았다면서 "민간지역"에 대한 다국적군의 크루즈미사일 공격과 공습으로 적어도 48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피해는 민간인을 보호한다는 외부세력의 주장과는 모순된 것'이라며 연합군을 비난했다.

카다피는 이번 군사작전을 '식민지 침탈 공격'으로 규정하고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이날 리비아 국영TV를 통해 방송된 전화연설에서 그는 "서방 국가의 군사행동이 식민지 침탈적 공격 행위이자 야만적이고 부당한 침략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국가 수호에 나선 국민의 무장을 돕고자 무기고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카다피 지지자들은 전투기 공습 가능성이 있는 주요 시설에 인간방패를 형성하며 방어에 나섰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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