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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한류로 받은 사랑, 일본에 돌려주는 스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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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강현 기자

TV를 통해 보는 동일본 대지진 현장은 참혹했다. TV는 대자연 앞에 무너진 인간의 무기력한 모습을 숨가쁘게 전했다. 참사가 벌어지기 전만 해도 그 TV는 가장 친근한 오락 매체였다.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TV 드라마·쇼 등이 달래주곤 했다.

 최근 일본의 TV엔 한국 스타들이 자주 나왔다. 이른바 한류 붐이 불면서다. 2000년대 초입 배용준과 보아가 불을 댕긴 한류 열풍은 최근 소녀시대·카라로 이어지며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일본인들은 한국 연예인들의 연기와 노래에 매혹됐고, 그 연기와 노래를 통해 위안 받았다.

 한류 스타들이 일본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는 건 그래서다. 실제 대지진 소식이 전해지자 한류 스타들의 기부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서 ‘욘사마’로 유명한 배용준은 14일 10억원을 선뜻 내놓았다. 류시원(2억원)·장근석·김현중(이상 1억원 이상)도 ‘한류 보은’에 동참했다.

 15일에도 기부 행렬은 잇따랐다. 요즘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걸그룹 카라는 새 싱글 앨범의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고, 배용준과 함께 드라마 ‘겨울연가’에 출연했던 최지우도 2억원을 내놓았다. 배우 송승헌은 구세군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성금 2억원을 쾌척했다. 빅뱅·투애니원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도 5억원을 기부했다. 다른 배우·가수들도 현금 지원과 함께 복구 작업에 직접 나서는 것 등을 검토 중이다.

 사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참사에는 글로벌 스타들의 도움이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아이티에서 지진 참사가 벌어지자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 커플은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원)의 성금을 쾌척했다. 팝스타 마돈나도 “아이티에는 지원 손길이 절박하다”는 성명서를 내고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를 기부했다. 이번 일본 참사에도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직접 디자인한 팔찌를 판 수익금 전부를 일본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아이티나 일본 대지진처럼 끔찍한 재앙 앞에선 대중들이 우러러보는 글로벌 스타들의 위로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성장한 스타들의 마땅한 책무이기도 하다.

 한류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연예인들은 이미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의 잇단 기부 소식은 일본인들에게 두터운 연대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일 문화교류에 힘써온 배용준씨의 피해 복구 지원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라는 일본 관광청 미조히타 히로시 장관의 15일 발언은 그 단적인 예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 무기력하지만, 인간의 고통은 결국 인간만이 감싸줄 수 있다. 지금 한류 스타들은 사람들을 따듯하게 하는 엔터테이너, 나아가 함께 사는 인간의 도리를 실천하는 중이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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