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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60) 전국의 음식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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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완연한 봄입니다. 부쩍 풀린 날씨에 슬슬 여행을 떠나보고 싶습니다. 여행지를 뒤적거리다 보면 항상 그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찾게 되죠. 지역 대표 음식들은 그 지방의 기후와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음식을 보면 지역의 문화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각 지역 대표 음식 축제들을 모두 모아봤습니다. 1년 동안의 축제 캘린더를 벽에 붙여 놓고 매달 찾아가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배지영 기자

늦겨울~이른봄 잡히는 게 가장 맛있어

울진 국제 대게 축제

울진은 우리나라에서 대게 잡이가 가장 성행하던 곳이다. 1930년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않았던 당시 서울·대구·포항·안동 등 대도시에 해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교통이 편리한 영덕에서 중간 집하돼 전국으로 퍼졌다. 대게는 황금색·은백색·분홍색·홍색의 색깔에 따라 네 종류로 구분하는데, 최상급 대게는 황금색이 짙은 ‘참대게’ 또는 ‘박달게’라 부르며 울진에 많다. 울진 대게는 다른 지역 게보다 다리에 살이 꽉 차 있고 탱글탱글하다. 대게는 늦겨울부터 이른 봄 잡히는 것이 가장 맛있다. 울진 국제 대게 축제는 매년 2월 말에 개최되며 대게 무료 시식행사, 세계 대게 요리 시연과 시식행사, 대게 잡이 참관 등 10여 가지의 행사를 접해 볼 수 있다.

다양한 시음행사 … 올해는 가을로 연기

경주 떡과 술 축제

경주는 신라의 수도로서 1000여 년간 잔치문화가 발달했다. 잔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술과 떡이다. 경주의 대표적인 술은 경주법주·신라주·동법주 등이다. 이들을 직접 담그는 법을 알려주고 국내 다양한 술을 시음해 볼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된다. 재료비만 내면 자신이 직접 술을 빚어 가져갈 수도 있다. 경주 떡은 어느 지역보다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찌는 떡뿐 아니라 지지는 떡, 치는 떡, 빚는 떡을 직접 반죽부터 시작해 완성해 볼 수 있다. 화전·석류병·상추 떡·삼색단자·쑥설기 웃지지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떡도 시식해 볼 수 있다. 그 밖에 부대행사로 창작 떡 만들기 경연대회, 민속 떡메 치기 한마당, 선덕여왕 선발대회 등이 펼쳐진다. 매년 4월 열리며, 올해는 구제역 때문에 가을로 연기된다.

매년 5월 개최 … 국내 첫 재배지 기념

하동 야생차 문화 축제

경상남도 하동군은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始培地)이다. 신라 흥덕왕 3년 때 김대렴이 중국 당나라에서 차(茶) 씨를 가져와 심었다. 왕이 이 씨를 심게 한 후 차가 널리 보급돼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차 문화가 발달하게 됐다. 하동군은 섬진강과 화개천이 연접해 안개가 많아 다습하다. 밤낮의 기온 차가 크고 토양도 약산성으로 수분이 충분해 차나무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티백과 같은 대중적인 차는 국내 생산량의 5%에 불과하지만 세작·중작·대작·우전 등 고급녹차 생산량의 95%가 하동군에서 나온다.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 주변 약 260㏊의 넓은 차 밭을 배경으로 차 잎 따기 대회가 열리며 차 문화와 제조과정을 알려주는 강의도 마련된다. 녹차요리 콘테스트, 산사음악회도 즐길 만하며 여러 종류의 차를 시음해 볼 수 있다. 매년 5월 개최된다.

춘천막국수·닭갈비 축제에서닭·메밀 향토음식요리대회가 열리고 있다(위).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에서 막국수 100인분을 만든 뒤관광객들이 나눠 먹고 있다(아래).

지역 대표 먹거리 … 매년 10월 요리경연 등 열려

춘천 막국수·닭갈비 축제

막국수의 재료인 메밀은 추운 지방인 영서 북부지방(춘천·인제·양구·홍천 등)에서 잘 자란다. 춘천은 국내 최대 메밀 생산지인 강원도에서 메밀제분의 중심지였다. 따라서 메밀로 해 먹을 수 있는 막국수·메밀국수·메밀묵 등이 발달했다. 막국수라는 어원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별다른 재료와 복잡한 조리과정 없이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닭갈비는 옛날부터 전승된 음식은 아니고 안주용으로 쓰이던 돼지고기 대신 개발한 닭불고기에서 유래했다. 본래 양념을 발라 석쇠에 구워 먹었던 것이 석쇠 대신 둥근 철판 위에 양념과 닭고기·채소를 썰어 볶은 형태로 발전했다. 춘천에서는 1960년대에 닭갈비 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춘천 막국수·닭갈비 축제는 매년 8월 말~9월 초에 열리며 100인분 막국수·닭갈비 만들기 체험행사와 시식회, 유명 셰프 초청 요리시연회, 메밀과 닭으로 만드는 요리경연대회 등이 볼 만하다.

양양송이축제의 송이찾기 대회에서 관광객이 발견한 송이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숲·토양, 송이 자라기에 최적 조건

양양 송이 축제

송이는 말 그대로 소나무 뿌리에서 자라는 버섯이다. 매해 그해의 기온과 습도 여부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질 만큼 환경에 민감해 아직까지 인공재배가 불가능한 100% 자연산이다. 강원도 양양은 화강암 토질에 적(赤)송림이 잘 발달돼 있고 높새바람으로 토양도 건조해 송이가 자라는 최적의 조건이다. 양양 송이는 타 지역보다 1~2㎝가량 크고 수분함량도 적어 씹는 맛이 뛰어나다. 후각을 자극하는 진한 송이 향을 내는 옥텐올 성분도 많아 일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매년 9월 열리는 송이 축제에서는 송이 산지에서 펼쳐지는 송이 보물찾기 대회, 송이 요리 페스티벌, 송이 떡 만들기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다른 지역 젓갈보다 덜 짠 ‘200년 발효법’

강경 발효젓갈 축제

충청남도 강경은 19세기 말부터 반세기 동안 최고의 번영을 누렸던 포구였다. 일제시대에는 원산항과 함께 전국 2대 포구였으며 평양·대구와 함께 3대 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각 지역에서 집하하는 생선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염장법이 개발되면서 오늘날 젓갈의 시작이 됐다. 200여 년 동안 대대손손 내려온 젓갈 발효방법에 대한 노하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젓갈보다 덜 짜면서 맛깔스러운 것이 강경 젓갈의 특징이다. 강경 발효젓갈 축제는 매년 10월에 열린다. 각종 반찬용 젓갈 담그는 법, 김치용 젓갈 담그는 법을 배우고 직접 담가 가져갈 수 있다. 각종 젓갈을 시중보다 30~50%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호남의 자랑, 농산물+해산물+천일염의 만남

광주 세계 김치 문화 축제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에서 외국인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남도김치는 감칠맛과 깊은 맛으로 유명하다. 가짓수도 많고 김치를 담그는 모든 과정에 깊은 정성이 깃든다. 광주는 김치의 종주 도시이자 남도김치의 중심지이다. 전라도의 넓은 논밭에서 나는 농산물과 바다의 해산물, 천일염이 김치를 맛깔스럽게 한다. 광주는 남도김치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세계김치연구소 등 김치연구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매년 10월 열리는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에서는 남도김치 담그는 법을 직접 배워갈 수 있다. 내로라 하는 김치 명인의 시연행사와 김치요리제·팔도김치아카데미·김치콘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흥에 취하고 안주에 취하고 값에 취해

전주 막걸리축제

전주 막걸리는 천연암반수에 쌀과 밀·검은콩으로 만드는데 발효 균주가 좋아 맑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막걸리를 시키면 같이 나오는 안주이다. 1만~1만5000원 상당의 막걸리 한 주전자(막걸리 두세 병 정도)에 20~30여 가지의 맛깔스러운 안주가 나온다. 주전자가 바뀌면 안주상도 바뀐다. 그래서 전주 막걸리는 세 번 취한다고 한다. 첫째는 막걸리의 흥에 취하고, 두 번째는 안주에 취하고, 세 번째는 값에 취한다. 10월에는 전주 서신동과 삼천동을 중심으로 막걸리 축제가 펼쳐져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4대 우시장 … 씹는 맛 좋기로 유명

횡성 한우 축제

강원도 횡성은 예부터 한우의 거래와 소비가 가장 왕성한 우리나라 4대 우(牛)시장의 하나였다. 산간지역이면서도 논농사가 발달해 소의 주요 먹이인 볏짚 구입이 용이했다. 일교차도 뚜렷해 맑은 물이 있었고 주변에 오염원이 없는 청정한 환경으로 한우 사육에 최적의 조건을 지녔다. 그래서 횡성한우는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데다 감칠맛이 나며 씹는 맛도 좋기로 유명하다.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의 함량도 비교적 높다. 횡성에서는 매년 10월 횡성한우 축제를 열며 한우 요리 경연대회와 한우 요리 시식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서울 등 대도시보다 30~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한우를 먹을 수 있다.

이천 쌀문화축제에서 2000명분의 밥을 짓고 있다.

초대형 가마솥 2000명 밥짓기 장관

이천 쌀 문화 축제

이천 쌀 밥은 투명하고 윤기가 흐르며 푸르스름한 기운이 돌며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천 지역은 분지 지형으로 남한강 평야와 산이 맞닿아 농사짓기에 적합하고 일조량과 강수량이 풍부하다. 물과 땅의 무기성분도 타 지역에 비해 높다. 또 계절의 기온 차와 밤낮의 기온 차가 큰 점도 벼의 생육을 돕는 데 일조한다. 예부터 조선시대 임금 수라상에 올라간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년 10월 열리는 이천 쌀 문화 축제에서는 쌀 요리 전시회, 세계 쌀 요리 경연대회를 볼 수 있으며 초대형 가마솥을 이용한 2000명분의 쌀밥 짓기와 600m의 무지개 가래떡 뽑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고추장 등 각종 장류 담그는 법 강의

순창 장류 축제

고추장은 네 박자가 맞아야 맛있다. 햇볕이 좋아 잘 익은 고추가 있어야 하고, 고추장을 발효시킬 효모가 잘 살 수 있는 온도와 습도를 갖춘 지역이어야 한다. 고추장의 주원료인 쌀의 품질도 좋아야 하고 물도 깨끗해야 한다. 순창은 이 네 가지가 가장 잘 충족돼 고추장이 가장 맛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매년 11월 열리는 순창 장류 축제에서는 고추장을 비롯한 각종 장을 담그는 방법을 배워갈 수 있고 고추장으로 해 먹을 수 있는 비빔밥 등 다양한 요리를 구경하고 시식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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