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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이모라 부른 그녀,"더 힘들 걱정은 안해도 돼요"

중앙일보

입력

이지선(33)씨는 화상을 입은 환자들에겐 희망과 용기의 아이콘이다. 2000년 7월 이화여대 4학년이던 이씨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빠와 함께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를 당했다. 전신 55%에 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30번이 넘는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았다. 아픔을 견디고 2004년 지인의 도움으로 미국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는 보스턴 대학에서 재활상담 석사학위를, 대학에서 사회복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지난해 UCLA 사회복지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그는 자신의 극복 사례를 에세이로 묶어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문학동네 펴냄)를 지난해 출간했다. 기사도 제법 났다.
아연이는 이씨의 인터뷰 기사들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고 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그를 ‘지선 이모’라고 불렀다. 미국 로스앤젤리스에 있는 이씨에게 아연이를 대신해 기자가 전화를 걸었다.

“기대하는 것보다 더 좋은 말을 해주지 못할까봐 조심스럽습니다. 아연이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화상을 입은 자신의 얼굴을 보기 싫죠. 하지만 생각을 바꿔봐요. 화상은 다른 병에 비해 더 나빠지는 상황이 없는 병입니다. 현재 상황이 최악이니 적어도 더 힘들 걱정은 안해도 되는 것이죠. 앞으로 나아질 일만, 흉터가 가라앉을 일만 생각해요. 아연이는 지금 어리니까 앞으로 웃을 시간이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죠. 이루고 싶은 꿈만 생각해요. 시간이 금방 지나갈 거예요.”

이씨의 동의를 얻어 그의 연락처를 아연이에게 보냈다. 힘들 땐 ‘지선 이모’와 통화하며 좌절하지 말기를 바라서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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