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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TV 우리가 한 수 위” … 삼성 vs LG 공방 점입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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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연구원(왼쪽)이 8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자사와 LG전자의 3D(3차원)TV를 비교 시연하면서 제품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3차원) TV를 놓고 벌이는 설전이 점입가경이다. 처음에는 제품을 놓고 겨루더니 이젠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김현석 전무는 8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화요포럼’을 열고 LG전자의 3D TV 방식을 조목조목 비난했다. LG도 10일 반격에 나선다. 필름 타입의 편광패널을 개발해 3D 논쟁을 촉발한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포문을 연다.

◆설전의 쟁점=편광 방식 3D TV가 풀HD(초고화질)를 구현하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삼성전자 김 전무는 “모든 문헌을 다 찾아봤지만 패시브 방식이 풀HD라고 나온 논문은 없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오른쪽과 왼쪽 영상이 하나의 화면에서 나오는 만큼 풀HD 영상이 반으로 쪼개지면서 결국 HD급이 안 된다는 것. 이에 맞서 LG전자 측은 “필름 타입의 패시브 방식은 화질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풀HD를 구현하고 있다. 과거 패시브 방식과 비교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시야각 문제를 제기했다. 편광 방식의 상하 시야각은 위로는 3도, 아래로는 17도를 벗어나면 이중 영상이 보이는 등 3D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LG 측은 “상하 시야각 26도는 일반적인 가정에서 시청하는 데 전혀 문제가 안 된다”며 “머리를 수평으로 고정시켜야만 시청할 수 있는 액티브 방식보다 훨씬 자유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다”고 맞섰다. 3D보다 시청 시간이 많은 2D의 화질 문제도 쟁점. 삼성은 “LG가 필름을 한 장 덧대면서 2D 화질을 더 떨어뜨렸고, 편광TV 특유의 계단 영상이 나타난다”고 문제시했고, LG는 “LED 기술개발과 특수 필름 기술을 적용해 일반 패널과 동일한 밝기와 2D 화질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LG는 삼성 TV 안경의 불편함을 꼬집었다. 배터리를 장착하는 만큼 무겁고 전류가 흘러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삼성은 “안경 무게 28g 가운데 코에 걸리는 무게는 10g도 안 돼 편광안경 무게와 비슷하다”며 “휴대전화보다 미세한 전류가 흘러 문제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설전 왜 가열되나=업계에서는 양사 경쟁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의 경영 성과에 대한 절박감이 묻어 있다고 분석한다.이재용 사장은 지난해 12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올해 이 사장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본준 부회장도 마찬가지.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리면서 LG전자의 위기를 극복할 ‘구원투수’로 나선 구 부회장도 자신의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양측 설전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은 세계에서 처음 액티브 방식의 풀HD LED(발광다이오드) TV를 출시했다. LG는 그로부터 한 달 뒤 같은 방식의 3D TV를 내놓았다.

LG는 2009년에 이미 편광 방식의 3D TV를 출시했지만, 일본에서 고가의 유리 필터를 수입해야 하는 까닭에 가격 경쟁에서 밀렸다. 액티브 방식 역시 한 달 늦게 출시하면서 삼성을 따라잡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12월 LG디스플레이가 LG화학·LG이노텍과 함께 개발에 성공한 필름 타입의 편광 방식 패널을 공개하면서 시장 반전을 꾀하기 시작했다.

유리 필터에 비해 필름 타입 필터는 가격이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달 LG전자 권희원 부사장은 이 패널을 처음으로 적용한 3D TV를 출시하는 자리에서 “삼성의 액티브 방식이 1세대 3D TV이고, 우리 방식이 2세대”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기술적으로 진보한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올해 말 시장에서 심판을 받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갈등은 광고전으로 이어졌다. LG가 편하게 누워서 3D TV를 보는 신문광고를 내보냈고, 삼성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문구를 써가며 LG를 겨냥해 원숭이까지 등장시켰다.

심재우 기자

◆삼성 방식=액티브 셔터 글라스 방식을 사용한다. TV와 안경이 전자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왼쪽과 오른쪽 영상을 따로 받아들인다. 왼쪽 영상이 TV에서 나오면 오른쪽 안경을 순간적으로 차단하는 식으로 입체 영상을 만들어낸다. 안경이 중요하다.

◆LG 방식=패시브 편광 방식이다. 왼쪽 영상과 오른쪽 영상이 TV 패널에 부착된 편광판을 통과하면서 분리된다. 상하로 움직이는 파장에 실리면 왼쪽 눈에만 보이고, 좌우로 움직이는 파장은 오른쪽 눈에만 보이는 식으로 입체 영상이 만들어진다. 안경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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