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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배우는 작품마다 새 출발인 걸 깨달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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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7일 서울 소공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강수연(왼쪽)과 임권택 감독. [뉴시스]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상을 받았어요. ‘월드스타’라는 기대가 버겁던 시절도 있었죠. 그런 세월을 겪으면서 배우는 한 번의 성공을 발판 삼아 다음의 성공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라, 매 작품 발가벗고 새롭게 임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1987년 ‘씨받이’로 동양권 여배우로선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89년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배우 강수연(45)씨. 그가 화려한 과거를 함께했던 임권택(75) 감독과 신작 ‘달빛 길어올리기’(17일 개봉)에서 재회했다. 한지(韓紙)의 아름다움을 조명한 임 감독의 101번째 작품이다. 그가 맡은 역은 천년 가는 종이를 만들겠다는 집념의 장인들을 따라다니며 한지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 지원이다. 그간 ‘여인천하’(2001년), ‘문희’(2007년) 등 TV 드라마에 간간이 출연했지만, 영화 주연은 2003년 ‘써클’ 이후 8년 만이다.

-임권택 감독과 현장에서 다시 만난 소감은.

 “촬영 첫날부터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임권택 영화’가 아니었다.”

-어떻게 달랐나.

 “(극영화인데) 다큐처럼 찍으시더라.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스타일에 도전하시는 거였다. 팔순 가까운 거장 감독님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걸 시도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디지털로 찍는 첫 작품인데, 현장에서도 얼마나 신기해하셨는지 모른다.”

-왜 세상이 그를 ‘거장’이라고 부르는 것 같나.

 “그만한 연세에 그런 성취를 거두셨는데도 감독님처럼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촬영이 없을 때는 늘 뭔가 읽고 계셨다. 시사회 후 너무 가슴이 벅차서 감독님 손을 꼭 잡고 ‘감독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 돼요’ 했다.”(웃음)

 강씨는 24년 전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를 같이 했던 동갑내기 배우 박중훈씨와도 다시 만났다. “박중훈씨도 20년 넘는 오랜 지기(知己)죠. 수연아, 중훈아 이렇게 편하게 부르는 남자친구는 박중훈씨가 유일해요.”

 강씨는 네 살 때 집 앞 골목에서 놀다 영화 관계자 눈에 띄어 연기에 입문했다.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한 게 71년 TBC ‘똘똘이의 모험’이니 데뷔 40년을 맞은 중견배우다.

 “제가 20대에 출발한 배우라면 40대에 접어든 지금, 꽤나 조바심을 낼 것 같아요. 다행히 저는 어려서부터 연기와 함께 성장한 덕에 좋은 작품을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배운 것 같아요. 40년이 긴 세월 같지만, 사실 앞으로 40년이 더 남은 거에요. 외모에 목숨 걸 나이는 지났죠. 지금은 눈썹이 짝짝이건 어떻건 신경 쓰지 않아요. 늙어서도 오래오래 좋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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